최민식 “가족 위해 더럽게 살아내야하는 사내 그렸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인터뷰 도중, 최민식(50)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벨소리가 영화 ‘대부’의 주제곡이다. “대부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것이냐”고 묻자, 그는 “완벽한 플롯과 연기를 담은 대부와 어떻게 비교가 되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이 영화가 ‘대부’를 연상케 한다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며 “한국적 상황과 정서로 ‘대부’적인 시도를 해 본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민식이 보여주는 연기는 시작부터 긴장감의 연속이다. 유약함 속에 강인함, 강인함을 가장한 연약함이 그의 역할에 때론 아버지란 이름으로, 때론 남자란 이름으로 유연하게 파고든다. 영화는 ‘대부’처럼 조폭들의 세계를 그렸지만,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잔인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정적(靜的)인 작품이다.

이런 영화가 보는 이의 머리를 쭈뼛 세우게 하는 건 전적으로 인물들의 연기와 설득력 있는 묘사 덕분이다. 그 중 세관공무원에서 조폭의 우두머리까지 올라간 최익현 역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는 압권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일반적인 깡패 역을 하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더군다나 멋지게 싸우는 마초 영화였다면 더더욱 안 했을 거고요. 그런 역은 이제 흥미도 없고 지겹죠. 아무리 ‘개폼’ 잡아봤자 뭐가 나오겠어요?”

점층법으로 커지는 목소리를 듣고 변화무쌍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는 인터뷰가 아닌 영화 속 자신의 역할을 재연하고 있는 듯했다. 숙맥같은 세관공무원을 거쳐 우연히 알게 된 친척 조폭 두목 최형배(하정우)와의 인연으로 조폭 일에 몸담게 된 그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관료와 사업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수완가로 변모한다. 민간인과 건달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로 살아가는 그의 별칭은 ‘반달’. 건달로 제 몫을 해낼 땐 건방이 하늘을 찌르고, 민간인으로 전락하는 순간엔 전형적인 비굴함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캐릭터다.

“남자들은 대개 총과 권력에 대한 동경이 있잖아요. 그런 욕망을 위해 때론 비굴하기도 하고, 때론 과장하기도 하죠. 최익현이란 캐릭터는 총을 쥐여줘도 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결국 아주 평범한 아저씨일뿐이란 얘기예요. 그 캐릭터가 1980, 90년대 가족을 위해 살았던 수많은 아버지의 모습을 대리한 것 아니겠어요?”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그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다. “어릴 때 복덕방 같은 곳에 가면 지역 토박이 아저씨들이 수다떨고, 다방 아가씨 불러놓고 농 걸고 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왠지 그런 기억들이 짠해요. 이 영화는 그렇게 슬리퍼 질질 끌고 삐죽 걸어가는 아저씨의 뒷모습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족 부양하기 위해 속된 말로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내야 하는 사내들의 삶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담겼단 얘기예요.”

최익현의 둥글둥글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10㎏이나 살을 찌웠다. “전 연기를 어떤 카테고리 안에 넣는 걸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고정된 이미지로 장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제 스스로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찾아갈 겁니다.”

글 =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