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금평 기자의 컬처홀릭>‘통 큰’ 해외전략 · ‘속 좁은’ 국내운영… 두 얼굴의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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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열린 ‘제1회 아시아송페스티벌’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회를 맡기로 한 한류스타 가수 토니안이 공연을 하루 앞두고 사회를 맡지 않기로 한 겁니다. 주최 측이 ‘공연’과 ‘사회’를 맡아달라고 애초에 요구했는데, 갑자기 “공연은 하지 말아달라”며 말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토니안은 “공연을 하지 않고 사회만 보는 것은 의미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로 돼 있던 주축 멤버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일제히 “주최 측인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의 이사진 구성에 SM의 고위급 인사가 포함됐다”며 “자신의 소속 가수를 띄우기 위해 SM을 떠난 토니안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2005년 지상파의 한 음악프로그램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SM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부 방송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당시 한 방송사 스태프는 “이 음악 프로그램에 SM 소속 가수의 출연이 무산되자 이 프로그램이 얼마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SM은 우리나라 최대 연예 기획사입니다. 공중파와 케이블 TV 도처에서 SM 소속 가수들과 만나지 않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습니다. SM의 이 같은 영향력은 국내 방송뿐 아니라 음악 시장 세계 2위인 일본을 넘어 유럽과 미국까지 깊숙이 미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꽤 잘나가는 연기자들을 둔 거대 기획사 대표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여기서 취재를 멈추지 않으면 당장 드라마에 출연하는 소속 연기자를 다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톱스타를 데리고 있는 거대 기획사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거대 기획사 중 SM은 언론 관계나 콘텐츠 유포 방식, 소속 가수의 트레이닝 등에서 가장 체계화된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그런 SM은 유독 자신의 둥지를 떠난 가수들과의 관계에서 뒷말을 무성하게 남기고 있습니다. 동방신기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JYJ는 최근 뒷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SM과 JYJ의 소송이 시작된 이후부터 JYJ는 상처투성이 나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제지되기 일쑤고, 하루 전 ‘KBS 제주 7대 경관 특별 방송’ 출연이 거부당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최근엔 예고편까지 나간 JYJ의 리얼 다큐가 케이블채널 QTV에서 불방된 데 이어, 그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 ‘더 데이’의 상영도 급작스럽게 무산됐습니다.

‘우연’이 잦으면 ‘의도’로 인식되는 게 세상만사입니다. 솔직히 JYJ 같은 톱스타를 마다할 방송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많은 네티즌과 방송 관계자들은 ‘JYJ의 수난’이 SM이라는 거대 기획사에 반기를 든 괘씸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류를 주도하는 거대 기획사에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대승적으로 모두를 품는 포용과 관용의 정신 아닐까요.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