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樓(문루) 1층 끝내고 2층 공사 한창… 8월쯤 덧집 벗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4주년을 이틀 앞둔 8일 복구현장에서 대목들이 상층 공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매서운 동장군이 몰아친 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숭례문 복구공사 현장은 대여섯명의 대목들이 메를 내리치고 망치를 두드리며 포 조립 등 목공 작업을 하느라 한파도 아랑곳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무를 정성스레 써는 톱질 소리는 이곳이 국보 1호를 복원하는 대역사 현장임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성곽을 쌓아올려야 할 석공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석공들의 손이 얼어 작업을 할 수 없게 만든 칼추위 때문이었다.

오는 10일은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진 지 꼬박 4년째 되는 날. 2008년 2월10일 오후 8시40분쯤 발생한 화재는 5시간여 만인 이튿날 오전 1시54분 건물을 무너뜨렸다. 방화범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대참사를 당한 숭례문은 문루 등이 옛 모습을 차츰 회복하고 있었다.

문루 1층 공사는 지난해 말 이미 끝내고 지금은 2층 조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문루 목공사는 최근 몰아닥친 한파로 작업이 한 달가량 늦어져 5월이나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루 목공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기와를 이는 공사가 한 달간 진행된 뒤, 내부 단청작업에 들어간다.

이어 외부 단청을 마무리하고 덧집을 뜯어낸다. 올 하반기엔 화재 및 재난 방지를 위한 첨단 방재시스템 설치와 지반복원, 광장 조성 등과 같은 주변 정비 작업에 주력하게 된다.

이르면 8월쯤에는 가설 울타리와 덧집에 가려 보이지 않던 숭례문의 자태가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숭례문 복구단장인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은 “늦어도 8~9월쯤 덧집을 철거해 일반인들이 숭례문의 외관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며 “칼추위로 작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12월 완공해 현판식을 열고 일반에 최종 공개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공사를 시작한 숭례문 복구 공정률은 현재 75% 정도. 좌우 성곽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모습으로 동측은 53m, 서측은 16m 복원 중이며 현재 90%의 공정률로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성곽 복구는 6월 말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숭례문 주변 지반은 화재 이전에 비해 30㎝ 낮게 조성된다. 발굴 조사 과정에서 17세기 유물이 발견돼 조선 중·후기 시점 기준으로 지반을 현재 지표면보다 30㎝ 정도 낮추는 것이다. 다만 현재 지표면보다 1.6ｍ 아래에서 드러난 조선 전기의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층은 일부를 노출해 유리판으로 전시하기로 했다.

숭례문 복구와 관련, 현재 논란이 되는 대목은 총사업비 29억원의 숭례문 화재 전시관 건립 문제.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전시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산을 각기 얼마씩 부담하느냐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문화재청은 중앙정부 3, 서울시 7의 비율을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최종덕 국장은 “다른 지역 유적 전시관 건립이 모두 3대 7인데 유독 숭례문만 5대 5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 참사일인 오는 10일은 ‘문화재 방재의 날’.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에 즈음해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방재 국제심포지엄과 중요문화재에 대한 합동 소방훈련 및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9일 오전 10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심포지엄은 ‘기후변화와 문화유산’을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한 발표와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석조문화재보호대책’을 발표한 서정호 공주대 교수는 문화재 CRM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가 말하는 문화재 CRM이란 고객 문화재(Cultural Resource Management·문화자원관리)다. 문화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채택하고 있다.

심포지엄엔 이밖에 이시자키 다케시 일본 도쿄문화재연구소 부소장과 다이앤 더글러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위기관리대응위원회 위원 등이 초빙돼 ‘기후 변화에 의한 아시아 문화유산의 피해’와 ‘기후변화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연구와 대처 동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 현장 안전사고 대응력 강화를 위해 10일 오후 2시 창경궁 통명전(보물 818호)에서 문화재청, 종로소방서, 혜화경찰서 등의 관계기관이 합동 시범 소방훈련을 한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안전예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문화재 사랑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