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 300인 증원’ 국무회의 통과… 시민단체 “최악 게리멘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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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28일 통과해 확정됐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의원 정수 증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회가 27일 통과시킨 선거구 획정안도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선거구 획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초 법안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으나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일정을 감안해 결국 조속한 처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아무리 선거가 급하지만 국회가 국정과 관련된 중요한 법안은 제쳐놓고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린 데 대해 상당히 부정적 생각을 갖고 계셨다”며 “하지만 다른 법안과 달리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속전속결로 의원 정수 늘리기를 단행하면서 시민사회에서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김미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본인들의 기득권 보장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도 “국민들은 정치과잉, 세수 등을 문제로 의석 수 줄이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는데, 명백히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가 역대 최악의 ‘게리멘더링(자의적 선거구 조정)’이라는 비판도 계속 제기된다. 부산 남구와 전남 여수시는 인구가 선거구 상한인 31만406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회의원을 2명 뽑게 됐고, 서울 노원구와 대구 달서구도 인구가 국회의원 3명을 뽑을 수 있는 62만812명을 넘지 않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3명을 선출하게 된 것이다.

반면 경기 용인시는 부산 남구보다 인구가 70만명 가까이 많지만 국회의원은 한 명만 더 뽑게 된다. 공직선거법 25조는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그 밖의 조건’을 고려해 선거구를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촌지역 선거구 획정에서는 이 같은 기준도 무시됐다.

장영수(법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해당사자가 결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정당에 독립적인 외부 인사들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19대국회 초기부터 구성해 기준을 정하고 선거구 획정 상태를 꼼꼼히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19대 총선에 한해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74명 가운데 찬성 92명(52.9%), 반대 39명(22.4%), 기권 43명(24.7%)으로 통과시켰다.

박영출·김병채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