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美공화당이 減稅원칙 고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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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최근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을 보노라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 못지않게 미국도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나고,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등 부(富)의 편중에 대한 국민정서는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대통령후보들의 공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경선에 참가하고 있는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감세(減稅)정책과 복지지출 축소를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들이 주장하는 감세정책은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28%로 낮추고, 법인세도 35%에서 12.5~25%로 낮추는 한편, 현행 15%에 달하는 자본소득과 배당소득세는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 놀랍게는 상속세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전 국민 의료보장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오바마 케어’마저 폐지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한국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며, 실업률도 10%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 공약들이 미국에서는 거침없이 제기되고 유권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포퓰리즘에 기댄 정책으로 보수층의 지지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이 가야 할 길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후보들의 신념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35%에 이른다. 따라서 최소한 경쟁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유지해야만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아웃소싱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온다는 게 공화당 후보들의 주장이다. 개인소득세 인하, 자본 및 배당소득세와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공약에도 조세원칙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 있다. 조세 개혁의 기본원칙 중 하나가 ‘공평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드는 것이다. 소득원천에 상관없이 세부담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법인과 비법인, 근로자와 자영업자 들에게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면 자원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경제의 비효율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조세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단일세율(flat tax)을 부과하는 것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조세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일세율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 일환으로 소득세율을 법인세율 수준으로 낮추고,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는 자본·배당소득세와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상속자산은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소득으로 구성되므로, 상속자산에 또 한번 세금을 부과한다면 열심히 일해서 부를 축적한 삶의 우등생을 징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세금을 올리고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기 쉽다. 효율성이 훼손된 가운데 추구하는 부(富)의 재분배는 모든 계층의 후생을 감소시켜 하향 평준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국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데 공화당 후보들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감세를 통해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세입 기반을 확대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세수입을 복지를 위해 지출할 때,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이 사라지고 여야 모두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하향 평준화의 길을 택한 듯하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보겠다는 사람들의 의욕만은 꺾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