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끝 흉기… 살벌한 ‘황혼 부부싸움’

최근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년의 남편들이 부부 싸움 끝에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1일 부부 싸움을 하던 중 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양모(6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18일 오전 3시50분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자택에서 아내 권모(60)씨와 생활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부엌에 있던 흉기로 권씨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권씨는 은퇴 이후 수년간 직업이 없던 양씨에게 돈을 벌어 오지 못한다고 잔소리를 했고, 양씨는 자주 술에 취해 가정 폭력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날도 만취한 상태에서 권씨가 돈 얘기를 꺼내자 분을 이기지 못한 채 흉기를 휘둘렀고 싸움을 말리던 아들의 다리도 한 차례 찔러 중상을 입혔다. 1남1녀를 둔 단란했던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서울 도봉경찰서도 같은 날 부부 싸움을 하다가 아내를 흉기로 내리쳐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이모(52)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15일 오전 2시30분쯤 서울 도봉구 도봉동 자택에서 아내 김모(49)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김씨가 이혼 얘기를 꺼내자 홧김에 옆에 있던 장식용 수석을 들어 아내의 머리에 수차례 내리쳐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현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씨는 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통계청의 2010년 이혼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2만900건으로 10년 전인 2000년(7500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주된 이혼 사유로는 가정 폭력과 경제적 문제가 꼽히고 있다.

가정의 불화는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져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남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아내의 수는 최소 57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준영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