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 직원, 1억5000만원 임원보다 더 내”

서민들이 소득의 10~30%를 유류비로 쓰고 13%를 유류세로 부담해 고연봉자·고소득사업자와 견줄 때 불공평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대우재단빌딩에서 ‘유류세 불공평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연봉 20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소득의 13%를 유류세로 납부하고 있는데 이는 연봉 1억5000만원인 고소득 근로자의 실효세율(납부세액을 총급여로 나눈 비율)보다 높아 세 불공평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유류세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납세자연맹은 소득이 낮을수록 유류세 부담이 훨씬 커진다고 밝혔다. 예컨대 경기 부천에서 성남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소득자 A씨의 경우 월 급여 183만원의 27%인 50만원을 유류비로 지출해 연봉 2196만원의 13%인 연 290만원의 유류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A씨가 낸 19만원의 근로소득세(실효세율 0.9%)의 15배에 해당한다.

반면 연봉 1억5000만원인 대기업 임원 B씨는 회사에서 유류비가 전액 지원돼 고유가 상황이지만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연 7억원 소득을 거두는 자영업자 C씨도 종합소득세 신고때 유류비를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는다. B씨나 C씨는 가처분소득에서 부담하는 유류비가 전혀 없는 셈이라고 납세자연맹은 설명했다.

연맹은 유류세를 역진적 세 징수의 대표 사례라고 꼽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맹 관계자는 “국가 세수 의존도가 높은 대표 간접세인 유류세 세수는 2010년 기준 국세수입의 약 14%(25조원)를 차지했는데 이는 근로소득세(16조원)보다 9조원이나 더 많은 액수”라고 말했다.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배려가 필요한 서민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다”면서 “헌법의 ‘조세공평 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기은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