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수지 “시나리오 처음엔 심심 읽을수록 소소한 재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동훈기자 kdh@munhwa.com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이 우리 모두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뒤 15년만에 다시 만난 첫 사랑이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3040’ 남성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재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용주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탓에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감성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에서 스무살 서연 역을 맡아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18)를 2일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AM7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주 이 감독과 함께 극장 무대 인사를 돌았던 수지는 “영화 시작 전보다 끝난 뒤 반응이 훨씬 좋았다”며 “몸도 더 스크린쪽으로 다가와 있고 훌쩍이는 소리도 들리는 등 영화 내용에 공감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건축학개론’은 수지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다. 지난해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의 가수지망생 고혜미 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도 잘 안가고 재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어볼 수록 소소한 재미가 있고 10년, 20년 뒤에도 남을 것 같은 영화로 생각돼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결심의 배경에는 수지의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크게 작용했다.

“‘드림하이’가 끝난 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컷어요. 일기나 다이어리 등에 영화나 드라마 등 연기를 더 하고 싶다고 써놓기도 했었죠. 사실 제 나이에 걸맞는 풋풋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잖아요.”

수지는 자신이 태어난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스무살 음대 신입생 서연을 연기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아직 고등학생인 제가 미래의 대학생 역을 한 거잖아요.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껴본 것은 좋았는데, 제가 잘 모르는 시대의 분위기를 전하는 게 과제였죠.”

첫 영화 출연이지만 수지는 TV 드라마와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빡빡하고 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과 달리, 영화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것 같아요. 드라마와 비교해 여유롭게 모니터하고 다시 찍고 감독님과 또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최고의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이 감독은 수지에게 “테이크가 갈수록 연기가 좋아진다”며 용기를 줬다고 한다.

수지의 상대역인 건축학과 신입생 승민을 연기한 이제훈은 실제 나이가 그보다 10살이나 위다. 반면 극 중에선 서연이 리드를 해야 하는 관계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지는 이제훈이 자신에게 잘 맞춰주고 편안하게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수지 자신은 영화 속 승민 캐릭터에 공감을 못했다고 밝혔다. “서연은 당돌하고 털털하고 솔직한 반면, 승민은 바보같고 숫기도 없잖아요. 사실 제 말투가 군인 같고 무뚝뚝한 것만 빼면 서연은 저와 비슷해요. ‘드림하이’의 고혜미 캐릭터는 저와 달랐지만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저와 비슷해 편안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수지가 속한 미쓰에이는 지난 1일 SBS ‘인기가요’를 끝으로 신곡 ‘터치’의 국내 무대를 마감하고 다음주부터 중국 활동에 들어간다. ‘노래와 연기 중 어떤 것이 더 좋냐’고 묻자 “연기도 좋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너무 좋고 아직 이루고 싶은 게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수로 큰 무대, 큰 공연에 많이 서는 것은 물론, 솔로로 제가 좋아하는 어쿠스틱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연기하면서 재미를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작품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계속 인사를 드리고 싶고요. 연기도 애절한 사랑을 다룬 멜로물이나 액션, 공포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