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떠도는 ‘카지노 노숙자’ 2000여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오전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에서 국제게임기구검증기관(GLI) 등의 점검단이 슬롯머신 게임기에 불법 장치가 설치됐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강원랜드측의 직원관리 부실과 허술한 감시체계로 몰래카메라 사기도박 사건이 발생하면서 하루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휴장한 것이 오히려 매일 도박에 찌들어 살던 지난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10일 오전 6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장.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난 2000년 10월28일 개장한 카지노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11일 오전 10시까지 28시간 동안 임시 휴장을 단행했다.

휴장을 알리는 장내방송과 함께 평소와 다름없이 전날부터 찾아온 6800여명 가운데 밤을 새워가며 바카라(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와 블랙잭(카드의 합이 21에 가장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등 도박을 즐기던 3000여명의 이용객들은 휴장이 못내 아쉬운 듯 썰물처럼 객장을 빠져 나왔다.

일부는 밤새 돈을 떼여 근심이 가득한 초췌한 모습으로 갈 곳을 잃은 채 강원랜드 주변을 맴돌았다.

오전 6시10분쯤 강원랜드 앞에서 만난 이모(47·대구)씨는 “지난 1년여 동안 카지노에서 10억여원의 전 재산을 잃어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식당과 인력시장 등에서 품을 팔아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또다시 카지노에 쏟아붓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예상치 못한 휴장으로 도박을 못하게 돼 지난 일을 돌이켜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1000~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대부분의 ‘카지노 노숙자’(속칭 카지노 앵벌이)들은 카지노가 휴장하자 대부분 인근의 사북·고한읍에 있는 찜질방과 식당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전 8시가 되자 국제게임기구검증기관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국내외 전문가 48명의 점검단이 객장에 입장, 출입구 문을 폐쇄한 채 11일 오전 10시까지 26시간 동안 카지노 관련기기 및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또 오전 8시15분부터 컨벤션홀에서는 1300여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결의대회를 열어 비리척결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직원 반부패 청렴서약서를 제출했다.

정선 = 글·사진 고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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