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도 반발…‘광우병’보다 ‘정부’가 불안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미광우병 민관조사단 출국 주이석(오른쪽)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광우병(BSE) 젖소 실태 조사를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이 30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여야 정치권과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에 이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잇달아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미 쇠고기의 수입·검역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표적 보수단체로 알려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30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미 광우병 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하지만 우선 정부가 사태를 신중하게 판단해 미 쇠고기 검역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 사무총장은 “정부가 2008년 국민에게 약속을 한 만큼 이번 주 미국으로 파견된 조사단이 광우병 젖소에 대해 확실히 조사를 마칠 때까지 미 쇠고기 검역을 중단하고 그 후 단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 사무총장은 “진보 시민단체들도 그 이전까지는 유언비어를 확산하거나 반미·반정부 시위 등으로 격화시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촛불집회를 예고한 오는 5월2일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에서 북한 대남공작 문제와 관련한 보수대연합 집회를 열고 광우병 문제에 대한 이 같은 입장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유총연맹 등 10여개 보수단체도 2일 집회를 열어 광우병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진보 시민단체의 격한 반응을 비판할 예정이다.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대표는 “미 광우병 소가 발견된 만큼 검역 중단을 하는 등 정부가 잘 대응해야 한다”면서 “민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도 단지 ‘건수’ 잡았다는 생각으로 정치적 세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선진화개혁추진회의도 성명서를 통해 “광우병 사태의 근본적 문제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며 “미 광우병 발생 소식은 국민들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충분한 것이기에 정부는 수입·검역을 중단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진보 시민단체에 이어 일부 보수단체들도 미 쇠고기 수입 중단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낮은 신뢰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원석 고려대(사회학) 교수는 “국민의 불안감이 원인은 광우병 자체라기보다 정부의 대응”이라며 “시장과 마트에서 미 쇠고기 소비가 줄어드는 등 불안감이 현존하는 만큼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