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12 대한민국 리포트>“실력 썩히면 뭐해?”… 왕년의 각계 전문가들 ‘나눔 베테랑’으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서울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WE CAN 시니어봉사대’ 회원들이 음악에 맞춰 댄스 공연을 벌이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데이케어센터(노인 주야간 보호시설)에서 귀에 익은 팝송이 흘러나오며 화려한 댄스 공연이 시작됐다. 그러나 음악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여느 댄스팀과 달리 올해 일흔살을 훌쩍 넘긴 6명의 노인들이었다. 팝송과 가요 등 3곡의 노래에 맞춰 젊은이들 못지않은 ‘파워풀’한 율동이 10여분간이나 이어졌지만, 공연복장을 갖춰 입은 댄스팀은 마지막까지 일체감 있는 댄스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이들은 바로 서울시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포노인 종합복지관의 ‘위 캔(WE CAN) 시니어봉사대’ 회원들이었다.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최근 노인들의 사회 참여가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2월 각 분야의 높은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1000여명의 고학력 노인들로 구성된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을 출범시켰다. 현재 서울시는 시니어 전문봉사 활동의 전반적인 업무총괄 및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서울시노인복지관협회는 전문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 및 봉사활동 관리 등의 업무를 위임받아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을 지원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의 요청에 따라 무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시니어봉사대’의 의미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였다. 공연을 벌인 댄스팀들도 고령의 노인임은 물론 공연을 관람한 20여명의 관객들도 치매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몸이 불편한 관객들은 공연에 마음껏 호응할 수 없었지만,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공연을 즐겼다. 공연을 마친 댄스팀은 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관객들의 손을 붙잡고 감사를 표하고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이지현(여) 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전문 강사가 와서 댄스팀에게 안무를 가르쳐 줬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자신들이 배운 안무를 응용해 댄스팀이 직접 새로운 안무를 짜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 내 학교나 병원, 공공기관 등의 공연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복지관 예술봉사대는 지난 4월 필리핀 마닐라의 시립고아원을 방문, ‘우리 춤 체조’를 공연할 정도로 열의와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공연을 이끈 봉사대 라인댄스(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 동아리 반장 주옥남(여·78)씨는 “집에 있으면 드러누워만 있고 해서 힘이 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나와서 봉사활동도 하고 공연도 하니까 힘이 넘친다”고 말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경로식당에서 배식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는 주씨는 “봉사활동이나 공연을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에 함께 참여한 회원 조현자(여·70)씨도 “자식들이 외국에서 살고 있어 혼자 집에 있으면 적적하기만 하지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면 그런 것이 없다”며 “앞으로는 손주 같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하는 학습지도 봉사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 유동인구가 1600명 정도인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3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위 캔 시니어봉사대’가 예술·연극·안내도우미· 글로벌 시니어 봉사대 등 8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노인들의 복지관 생활 등을 돕는 등 사회참여와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성미선 복지관장은 “이제 곧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는데 60세 이전에 은퇴를 하면 (노인들은) 40여년의 부가적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며 “그 부가적 인생을 더욱 보람있고 가치있는 삶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 관내 26개 노인종합복지기관의 봉사대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은 보건의료·문화예술·외국어통역·전문상담·학습지도·언론취재·케어봉사·정보기술(IT)봉사 등 8개 분야에서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출범 당시 1000여명이었던 단원은 이제 16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봉사도 늘어나고 있다. 봉사단의 양수경(여) 사회복지사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각자 지닌 전문성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에 맞는 봉사 프로그램 개발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 자원봉사단이라고 해서 꼭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지닌 노인들만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사단 관계자는 “단원들 중에는 의사나 간호사, 법조인 같은 전문가도 있지만 복지기관의 평생교육 등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한 분들도 많다”며 “복지관 등에서 여가 생활을 통해 얻은 능력을 봉사를 통해 활용하려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말했다. 사회 참여 의지를 지닌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은 봉사센터 전화신청(02-812-8028) 등을 통해 수시로 문을 열어 놓고 함께 봉사를 펼쳐나갈 노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