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투자 대상으로 전락한 한옥… 규제 폐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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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옥 인기가 흰 비단옷에 물감 번지듯 합니다. 서울 종로구 북촌은 물론 경복궁 서쪽 서촌 등에 대한 투자열기가 일어나고, 전국 곳곳에 한옥마을도 형성 중입니다. 한옥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할 모듈화 주택도 선보이고 있지요. 모듈화 주택이란 기본 골조, 벽체, 문틀 등 주택 각 부분을 미리 만든 뒤 현장 조립하는 주택으로 재료의 대량 생산과 시공비 최소화, 공사기간 대폭 단축(한달 이내 가능) 효과가 있습니다. 한옥도 모듈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빨리 공급하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지요.

모듈화 주택은 한옥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비용 문제가 해결됩니다. 시공업체와 유형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3.3㎡당 400만~600만원 선에 해결된다네요. 일반적인 한옥 시공비는 3.3㎡당 1000만원 선인데 비해 절반 값에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셈입니다.

최근 중견 시행사로 피데스개발이 경기 양주시에 지은 전용면적 60㎡ 모듈화 한옥을 다녀왔습니다. 예상보다 전용 용적률(대지 면적에서 건축물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과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바닥 면적의 비율)이 좋아 전체적으로 굉장히 넓어 보이고 첨단 난방과 시스템 창호 등을 활용한 단열, 방범도 완벽했습니다. 한옥 고유의 운치와 마당 넓은 집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다양한 설계안만 나온다면 독창성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을 바꾸면 훨씬 운치 있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너무 쉽게(?) 보여 주었습니다.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최근 한옥 바람이 불고 있지만 실거주보다는 투자 차원이 많습니다. 음식점이나 카페, 갤러리 등을 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틈새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또 한옥을 사는 자산가들도 개인 취향에 따른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고요.

도시의 획일화된 아파트 문화를 바꿔 한옥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상 주택법과 건축법 등에 얽힌 다양한 규제를 없애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예를 들어 현행 법령상 20가구를 넘어서는 주택단지는 주택법 적용을 받아 사업 승인을 받고 청약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규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합니다. 한옥은 맞춤형 주택으로 수요자들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는데 주택법을 적용받을 경우 수요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한옥 건축에 들어가는 나무, 흙, 돌, 기와 등 재료 또한 구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 자재와 자재 생산공장에 대한 인센티브도 다양하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래 주거문화인 한옥이 부자들의 호사나 세컨드하우스, 혹은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고 중산층의 주거시설로 확산되기 위해 규제는 없애고, 지원 방안은 다양하게 세우는 ‘한옥 르네상스’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