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19代 국회 ‘18代 시즌2’ 안되려면…

‘최루탄 국회, 식물 국회, 폭력 국회….’

어느 때보다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많이 남긴 18대 국회가 29일 임기를 마감한다. 1461일간의 짧지 않은 임기 동안 국회 본청에는 199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최루탄에서부터 작업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해머와 전기톱, 쇠사슬까지 등장했다.

제출된 전체 의안 1만4762건 가운데 처리된 의안은 절반에 불과해 내실은 초라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국회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선거구 획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고, ‘호화청사’라고 지탄받는 제 2의원회관은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18대 국회를 ‘최악 국회’라 부르는 것은 이처럼 의무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자기 잇속 챙기기에는 발빠른 행보를 보인 모습과 무관치 않다.

18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이날, 19대 국회는 과거의 모습을 답습할 것이냐, 아니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출발부터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논문표절,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김형태 당선자와 부정 경선 의혹과 종북 논란으로 제명이 거론되는 통합진보당 당선자 등의 자질 시비는 19대 내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화와 타협의 취지로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고 주요 안건의 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를 도입한 ‘새 국회법’은 폭력 없는 국회를 희망하는 민심을 말해주듯 일명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지만 자칫하면 ‘식물 국회’로 전락할 우려를 낳기도 한다.

갈림길의 첫 시험대는 상임위 구성에서부터다. 국회법에 따라 6월5일 첫 본회의 후 3일 이내에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하도록 돼 있지만 18대에서는 상임위원장 선출에 80일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바 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한다면 민심은 19대 국회를 단지 ‘최악 18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김동하 정치부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