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로 내몰리는 ‘대한민국 20대’

서울 A 대학 졸업반인 이모(여·25) 씨는 최근 고민 끝에 기초생활보장수급 자격을 신청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가 벌어온 돈으로 근근이 살아왔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암에 걸려 일을 못하게 되자 당장 생활비 마련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말에만 하던 아르바이트를 아버지가 입원한 뒤 평일까지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간다는 이 씨는 31일 “남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수백, 수천만 원을 들인다는데 나는 그럴 돈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는 김모(21) 씨 역시 얼마 전 기초생활보장수급 자격을 신청했다. 어머니가 장기간 고된 노동으로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하게 됐지만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할 김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냈고, 고졸 학력으로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삿짐 나르기나 주차관리 등을 하며 돈을 보태고 있지만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그는 최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노원구에서 실시하는 직업훈련에 참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사회 양극화와 경기 불황에 따른 취업난 심화 등으로 사회에 진출해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20대 청년들이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밀려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45만 명에 달했던 기초생활보장수급자(시설 수급자 제외)는 2011년 138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20대 수급자는 7만2000여 명에서 8만900여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한창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20대 청년층의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 증가는 부모 세대의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에 청년 취업난이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아져야 20대들의 저소득층 전락을 줄여 나갈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