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돌고래 생태설명회…“이게 뭡니까”

“아이들이 다 잤어요. 정말 보여 줄 게 없는 공연이네요. 이걸 보려고 30분이나 서 있었다니요.”

현충일인 6일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에서 ‘박원순표’ 돌고래 생태설명회를 관람하고 나온 1200명의 시민과 아이들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줄을 서서 생태설명회가 열리는 해양관에 입장했지만 자리에 앉아 있기 불편한 듯 울고, 산만하게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아이들은 잠이 들거나 나가자며 부모에게 보채기 시작했다. 설명회가 다 끝나기도 전에 시민들은 우수수 자리를 떴다.

이날 해양관에 다녀온 시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물 학대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돌고래쇼를 생태설명회로 전환시킨 데 대해 너나없이 불만을 쏟아 냈다. 지난 3월 돌고래쇼를 전면 중단시킨 시는 묘기 위주의 돌고래쇼가 아니라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돌고래의 습성·외형 등을 소개하고, 재주넘기 대신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주는 방식의 무료 생태설명회를 도입했다.

이날 생태설명회는 ‘제돌이’를 비롯한 돌고래 5마리가 물속에서 왔다 갔다 하고 조련사 2명이 돌고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20분 동안 이어졌다. “돌고래는 무얼 먹지요? 돌고래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등 지루한 질문과 대답이 계속 이어지자 관객들은 생태설명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조련사들은 시민들 반응이 민망한지 설명을 다 마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했다.

이날 생태설명회를 관람한 박혜민(여·40·인천) 씨는 “이건 그냥 썰렁한 이야기만 계속되는 만담”이라며 “쇼도 아니고 교과서 읽어 주는 것도 아니고, 여덟 살 딸이 너무 재미없어 해서 중간에 나왔다”고 말했다.

“다섯 살짜리 아들이 지난해에 돌고래쇼를 본 뒤로 돌고래를 너무 그리워해 그 기억으로 왔다”는 박모(36·일산) 씨는 “그냥 물개처럼 상시로 보여 주는 게 낫지 이런 식이면 부모와 아이들이 낚이는 꼴밖에 안 된다”며 생태설명회 폐지 의견을 나타냈다. 6세 딸과 5세 아들을 데리고 온 이옥임(여·39) 씨와 남편은 자는 아이들을 등에 업고 쇼장을 나왔다. 이 씨는 “최소한 먹이를 주면서 뛰어오르게라도 해 돌고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했다”며 “물속에서 시커먼 물체가 왔다 갔다 하는데 조련사가 가리키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제돌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공원도 생태설명회를 찾은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동물원 내부에서도 시민들 반응이 너무 안 좋아 차라리 생태설명회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동물 복지와 시민 의견 수렴 사이에서 찾은 대안이 생태설명회인 만큼, 전면 폐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천 = 글·사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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