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원조 때문에 더 가난해졌다

죽은 원조 / 담비사 모요 지음, 김진경 옮김 / 알마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이 지난 1970년 이래 40여년 동안 서구 등지에서 받은 개발원조금은 3000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지금까지 끝이 없어 보이는 부패와 질병, 빈곤, 원조 의존의 악순환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잠비아 루사카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석사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책에서 일반적인 통념과는 반대로 “원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빈곤해졌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저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원조 의존이 가장 높았던 국가들은 도리어 -0.2%의 연간 성장률을 나타냈다. 아프리카 원조가 절정을 이뤘던 1970년에서 1998년 사이에 아프리카의 빈곤비율은 11%에서 믿기 어려운 정도인 66%까지 치솟았다. 저자는 “원조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이 돼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제공되는 양허성(비긴급상황) 차관 및 증여가 부패와 갈등을 조장하는 동시에 자유기업 체제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가령 자이르공화국(1971년부터 1997년까지 사용된 콩고민주공화국의 옛 이름)의 세세 세코 모부투 대통령은 재임기간 국가의 전체 외채와 맞먹는 액수인 50억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3년 아프리카가 받은 해외 원조 수령액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인 최소 100억 달러가 매년 아프리카 대륙에서 어디론가 새어나가고 있다. 원조금은 대개 아프리카의 각국 정부에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횡령이 쉬울 뿐 아니라 영향력을 갖기 위해 각축을 벌일 만한 가치가 있는 정부를 통제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나아가 원조의 유입이 국내 저축과 투자 기반을 약화시켜왔다는 점을 제기한다. 원조기관에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무료로 나눠줬던 모기장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했던 아프리카 모기장 제조업자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저자는 원조 의존에서 벗어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네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 10년간 세계 채권시장에 진출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사례를 본받고 ▲농산물에 공정한 자유무역이 시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금융 중개기관, 특히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크게 성공한 소액금융을 키워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원조보다는 공공기반시설에 대규모 직접투자를 하는 중국의 정책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저자는 아프리카가 경제성장의 모델을 아시아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경제발전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빈곤국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수당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경제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선한 독재자란 저자의 지적도 흥미롭다. 니얼 퍼거슨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의 내용이 “아프리카 경제문제에 대한 가장 아프리카적인 시각”이라고 밝혔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