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프런티어>“폐경기 여성 협심증 위험… 당뇨환자는 통증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심장내과 양주영(오른쪽) 교수가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병원에서 관상동맥조영술로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협심증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협심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 2006년 43만9000명에서 2010년 51만2000명으로 연평균 4%씩 늘고 있다. 이 같은 연평균 증가율을 남녀로 구분하면 남성이 4.9%, 여성이 2.9%로 남성이 훨씬 많다. 운동을 적게 하고, 회식 등으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남성들의 심장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협심증이 무서운 것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심근경색의 바로 전 단계라는 점 때문이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을 찾은 한 50대 환자는 잠시 진료만 받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려 했지만 바로 수술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환자는 운동부하 검사에서 12분을 채워야 하는데 7분쯤 뛰다 심근경색이 나타났다. 일산병원 심장내과 양주영 교수는 “급하게 시술을 했는데 관상동맥 3개가 모두 막혀 있었다”면서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쓰러졌으면 일어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다.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병원에서 양 교수를 만나 협심증에 대한 모든 것을 들었다. 양 교수는 “모든 질환이 그렇듯 위험요인이 높다고 판단되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고, 특히 당뇨가 있는 환자의 경우 전형적 증상이 없어 반드시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심증이란

“협심증은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반(혈전)이 침착돼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 가슴에 통증이 생긴다. 협심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협심증의 원인은

“20세가 넘어가면 누구나 조금씩 동맥경화증이 생기는데, 위험인자가 많아지면 이 동맥경화증이 더욱 빨리 진행되는데, 이때 문제가 된다. 협심증 위험이 높은 요인 가운데 피할 수 없는 인자는 남자, 고연령, 유전, 폐경기 여성 등이다. 반면 피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는 흡연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동맥경화증이 심화되고, 이어 혈관벽에 쌓인 지질의 안쪽 핵(리피드 코어) 부분이 터지면 이물질이 혈소판에 엉겨 붙으면서 협심증이 나타나게 된다. 협심증이 생기면 평상시에는 상관 없지만, 운동할 때처럼 심장에 많은 피가 필요할 때는 문제가 된다. 예컨대 심장근육이 평상시에는 시간당 5개만큼의 피가 필요하되 달릴 때는 10개의 피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협심증으로 최대 5개의 피만 전달할 수 있다면 달릴 때 5개의 피가 부족해 심근허혈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식이다.”

―주요 증상은

“협심증의 주된 증상은 가슴통증이다.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가슴을 쥐어뜯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며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의 흉통이 나타난다. 통증이 왼쪽 팔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목을 당기는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이런 전형적인 증세도 있지만 두근거림, 불안감, 위장 장애 등 비전형적 증세로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은 2~5분 정도 계속되는데 이런 증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뛰면 심장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안정성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협심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이런 전형적 흉통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된다.”

―다른 종류의 증상도 있나

“협심증 환자 중 일부는 콜레스테롤 등과 전혀 상관 없는 ‘이형 협심증’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검사해 봐도 이상한 점을 확인할 수 없다. 경련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져 생기기 때문이다. 한 67세 환자는 가슴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확인하기 위해 심장혈관 조영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났다. 혈관이 예민해 경련 때문에 막힌 것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보니 혈관 모양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이형 협심증 환자였던 것이다. 이런 경우 또 다시 협심증 증상을 느낄 경우 다른 병원보다는 원래 진료했던 병원을 찾아야 원인에 따른 처방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더욱 주의해야 할 환자는

“특히 당뇨가 있을 경우 협심증을 조심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심장병이 생겨서 오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자체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문제는 당뇨 환자들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협심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당뇨 환자들은 협심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당뇨를 10년 정도 앓은 환자는 숨이 찰 때 나이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 여성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 동맥경화증 발생이 남성과 비슷해진다. 게다가 여성은 증상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두근거리는 사람, 숨만 찬 사람, 우울한 사람 등 가지각색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본인보다는 남편이나 자녀 생각만 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늦게 찾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

―예방법은

“협심증의 원인인 동맥경화증의 예방이 중요하다. 저염식, 소식, 저지방섭취, 야채섭취 등의 식이요법이 좋다.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고혈압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항고혈압제로 적정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 중년 이후에는 이상지질혈증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항고지혈증 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통해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1주일 3회 이상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장은 운동을 할수록 좋아진다. 특히 심장 시술을 받은 사람은 운동이 매우 좋다. 극기훈련 수준의 운동은 곤란하지만 속보는 좋다. 다만 추운 날씨에 운동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추우면 손발로 가는 피가 줄어 들고, 심장에 피가 몰려 사고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의 건강관리법은

“많이 걷는다. 일산의 호수공원에서 매일 30분 이상 걷는다. 1년에 한 번씩 운동부하 검사를 받고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은 최대한 적게 먹는다. 진료를 통해 좋아진 환자들을 보면서 만족을 얻으며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산 = 음성원 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