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비상>‘252萬 저신용자의 돈줄’ 대부업 연체율 15%…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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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부가 함께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박모(47) 씨. 건설경기 침체로 수입이 일정치 않자 부족한 생활비와 자녀 학자금을 신용카드 2개로 ‘돌려막기’를 하며 버텼지만 한도가 초과되자 2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 하지만 소득이 일정치 않은 탓에 순식간에 연체가 쌓여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내몰렸다.

#2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인 심모(여·27) 씨는 대학 때 연 49% 이자를 내야 하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대출로 생활비 등을 충당하다가 고율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를 했다. 학교도 휴학한 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저축은행 빚은 일부 갚았지만 대부업체 채무까지 갚기에는 버거웠다. 488만 원의 빚을 진 그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이자는 감면받고 원금은 3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채무를 재조정받아 겨우 한숨을 돌렸다.

서민, 생계형 자영업자 등 취약층과 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높은 금리를 주고 이용하는 대부업체 연체율이 경기악화 영향으로 최고 14∼15%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권 이용이 원활치 않아 대부업을 이용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2만 명 수준에 달할 정도로 많다.

28일 금융위원회와 대부업계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는 주로 7등급 이하가 65% 이상으로 생활비 충당, 사업자금 조달, 다른 대출 상환 목적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

특히 회사원, 자영업자, 학생·주부 등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취약층이어서 연체율 급등은 곧 실물경기 둔화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소득의 부진·정체가 가계부실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비단 가계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자산 100억 원 이상 대형대부업체들조차 차입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저신용 대출비중 확대, 연체율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자 대출자 중 개인회생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대부업체들도 재산상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시장의 영업환경 악화는 음성화로 연결돼 불법 사금융의 폐해로 연결될 수 있다. 연체관리 및 채권추심이 강화될 경우 기존 대출자들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위가 최근 대부시장의 추이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대부행위 방지 등 제도개선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대부잔액이 많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지, 필요할 경우 대부업자 영업에 과도한 장애를 주는 규제가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