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구단 “시기상조” vs 선수협 “올스타전 불참”… 위기의 다이아몬드

한국 프로야구가 올 시즌 최단기간 4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창설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제10구단 창단 문제로 시끄럽다. 10구단에 반대하는 구단들은 요지부동인 가운데 찬성하는 선수들과 야구인들은 올스타전을 거부할 뜻을 보이면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모습이다. 10구단 창단을 둘러싼 궁금증을 살펴본다.

1. 논의 시작부터 유보까지

10구단 창단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지난해 6월25일 수원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10구단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두 달 후인 8월29일 전라북도도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1년간 큰 진전이 없던 10구단 창단은 올해 4월10일 KBO이사회에서 ‘9구단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시기와 제10구단 창단 승인’이 안건으로 올라오며 다시 점화됐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와 5월 이사회에서 연이어 창단 승인이 연기되며 10구단 창단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결국 지난 6월19일 KBO이사회에서 제10구단 창단이 잠정 유보 결정되자 10구단 체제는 사실상 무산됐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2. 반대하는 구단 입장은

아직 10구단을 운영할 만큼 조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10구단 창단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던 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사장은 지난 19일 임시이사회 직전 “우리 프로야구는 아직 여러 면에서 한참 멀었다. 10년 뒤에 논의해도 된다”고 10구단은 시기상조임을 주장했다. 롯데와 함께 10구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은 아직까지 3만 관중도 수용하지 못하는 열악한 지방구장 등 인프라 문제와 초·중·고 야구의 비활성화로 인한 선수수급 문제를 들어 10구단 창단을 반대했다. 10구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의 속내는 현재 구단체제에 안주하겠다는 것에선 같아도 조금씩 편차가 있다. 일부구단은 연고지가 나눠지는 것에 대해 심사가 편치 않다. 또 일부구단은 모기업과 경쟁 또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대기업이 프로야구에 진입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고 야구계에서는 분석한다. 10구단 창단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이유다.

3. 야구계 찬성하는 입장은

야구계가 10구단에 찬성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일자리도 늘고 ‘파이’도 커지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프로야구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이 창단의 적기라는 입장이다. 10구단 창단이 무산돼 9구단 홀수 체제로 리그가 파행 운영될 경우 쉬는 팀이 생기며 리듬이 깨지고 구단 간 유·불리가 발생해 프로야구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무엇보다 야구인들은 고용시장 전면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10구단이 창단되면 60명의 선수가 직업을 갖게 되고 갈수록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는 코치군도 30∼40자리를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선수를 공급하는 유소년·중·고 야구의 저변이 바뀔 수도 있다. 장래의 고용환경이 좋다면 그만큼 야구를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4. 제2의 선수협 사태 오나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지난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KBO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7월21일 예정된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프로야구 규약에 따르면 올스타로 선정된 선수가 경기에 출장하지 않으면 후반기 첫 경기부터 10경기까지 출전정지를 당할 수 있다. 이에 선수협은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하는 선수들이 KBO로부터 제재를 받는 경우 후반기 리그 불참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과거 프로야구 선수협 사태 당시보다 팬들의 지지도가 높고 또 일구회 등 야구인들의 전폭적인 뒷받침으로 인해 선수협은 크게 힘을 받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제2의 선수협 사태도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 유치하려던 지자체들 입장은

10구단 창단이 잠정 유보되자 수원과 전북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24일 LG-롯데전이 열린 잠실구장 앞에서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촉구하는 집회와 삭발식을 열고 KBO와 기존 구단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북도도 10구단 창단 유보가 발표되자 즉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은 야구인뿐 아니라 전북 도민과 국민의 염원이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지자체는 10구단 잠정적 유보결정에도 “언젠가는 10구단이 창단될 것이기에 유치 준비를 착실히 해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과 전북은 지난해부터 10구단 유치 경쟁을 시작하며 구장개선 등 인프라 정비, 동호인리그 확대 등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인 바 있다.

6. 10구단 창단 인프라 돼있나

KBO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유보의 이유를 밝히며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팀으로는 선수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할 것이 우려된다.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조건을 갖춘 뒤 10구단을 창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한야구협회에는 53개의 고교팀, 88개의 중학교팀에 4100여 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10구단 창단을 위해 KBO는 고교 20개, 중학교 30개 팀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실적으로 10구단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선수협이나 야구인들은 10구단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야구팀과 인프라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낙후된 구장 개선을 위해서는 구단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그동안 구단들의 투자가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 내년 홀수구단 체제 문제점

홀수 구단 체제에서는 리그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짝이 맞지 않아 한 팀이 경기 없이 쉬어야 하는데 선수들 경기력에 차질이 올 수 있다. 9구단 체제가 되면 내년 팀당 경기 수도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든다. 각 구단의 입장요금과 마케팅 수입 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10구단 체제를 맞출 수는 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상무를 1군 리그에 참가시켰던 것처럼 퓨처스리그의 경찰청이나 상무를 1군으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KBO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 ‘경찰청과 상무의 1군 한시 편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KBO 임시 이사회에서는 “9구단 체제를 운영해 본 뒤 문제가 있으면 2016년쯤 10구단을 창단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야구계는 “뻔한 문제를 지켜볼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다.

8. KBO는 찬성인가 반대인가

프로야구 9구단 창단과 10구단 논의과정에서 행보가 미묘해진 게 KBO다. 한국프로야구에서 KBO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KBO는 프로야구의 운용을 담당하는 기구다. 하지만 각 구단 오너(실제적으로 사장단)로 이사회가 구성돼 선수보다는 구단의 입장을 대변하게 돼 있다. 과거 선수노조를 구성하고자 했던 선수협 사태 당시 KBO는 구단들을 대신해 일선에서 선수협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새 구단 창단과정에서 KBO는 가장 적극적으로 입안하고 창단기업 및 지자체 찾기에 나섰다. 이때 KBO는 프로야구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운용자’의 입장이었다. 9구단 창단까지는 KBO가 야구인과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계획대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10구단 문제에서 다수 구단들의 반대가 거세자 입지가 묘해졌다. 과거 ‘악연’을 가진 선수협과 10구단 창단에 뜻을 같이하지만 구단들의 입장을 대변해 대립해야 하는 기묘한 입지에 서게 됐다.

9. 해외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사실 프로야구의 ‘모국’인 미국과 일본의 상황을 우리와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워낙 인적·물질적 규모가 비교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짝수체제는 기본적으로 유지돼 왔다. 운영상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처음으로 양대 리그 운영이 결정된 1901년(16개 팀) 이후 메이저리그는 작게는 2개, 많게는 4개씩 팀을 늘려왔다. 첫 캐나다 팀이 탄생한 69년에도 몬트리올을 비롯한 4개 팀이 합류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14개)와 내셔널리그(16개)도 각각 짝수로 운영된다. 일본의 경우도 1950년 센트럴리그(8개)와 퍼시픽리그(7개) 등 15개 팀으로 시작했지만 1958년부터 리그별로 6개 구단이 유지됐다. 멕시코리그(16개)는 물론 도미니칸리그(6개), 호주리그(6개), 캐나다리그(8개), 쿠바리그(16개)도 짝수다.

10. 10구단 창단 해법 없나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선수협의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구단들의 대응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자칫 올스타전 파국과 그에 따른 선수징계, 정규리그 보이콧 등으로 이어진다면 창설 이후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KBO의 일정을 보면 다음달 3일 실행위원회, 10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적어도 실행위에서 각 구단의 이견을 조율하고 이사회에서 한 단계 앞선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21일 대전에서 예정된 올스타전이 위태로울 수 있다. 올스타전 보이콧까지 간다면 ‘어려워진다’는 게 명확하기 때문에 그 전에 양측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반대구단들의 변화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KBO 구본능 총재가 어느 정도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