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공중화장실 구경하러 오세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인분을 푸던 모습을 재현한 똥지게 인형. 심재덕 기념사업회 제공

백제의 공중화장실과 신라 귀족 여인들이 사용했던 용변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또 로마 때 사용했다는 변기 모양은….

경기 수원시가 동서고금의 화장실 역사를 주제로 한 ‘화장실 문화 공원’을 4일 선보인다. 이 공원은 세계 최초 변기 모양의 주택으로서 화장실 문화 전시관 역할을 하고 있는 ‘해우재(解憂齋)’ 옆에 자리 잡았다.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해우재는 화장실의 별칭인 ‘해우소(解憂所·근심을 푸는 곳)’에서 따온 이름이다. 민선 수원시장을 지낸 고 심재덕(1939~2009) 의원이 지난 2007년 자신의 주거지에 완공했다. 이번에 조성된 공원은 화장실 문화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다가 지병으로 타계한 심 전 의원의 유지를 잇기 위한 것으로,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모형이 두루 배치됐다.

신라시대 귀족 여인들이 사용했던 ‘노둣돌’, 조선시대의 휴대용 변기 ‘매화틀’이 우선 눈길을 끈다. 재래식 소변기인 요강은 장식물처럼 곳곳에 자리 잡았다. 공중화장실이었던 백제시대 왕궁리 화장실 모형도 있다. 짚으로 엮은 뒷간을 지역별 특색을 살려 재현했고, 돼지를 함께 사육한 제주도의 통시도 설치했다. 고대 로마부터 현대까지 서양의 변기 모형도 등장한다.

특히 용변을 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형물도 곳곳에 자리 잡아 웃음을 자아낸다. 어른·아이 4명이 아랫도리를 내리고 나란히 앉아 힘을 쓰는 조각도 있다.

이원형 심재덕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화장실을 숨기지 않고 해우재의 거실 중앙에 만들었던 심 전 의원의 정신을 공원의 전시에도 담았다”며 “이곳에 전시·체험·교육 기능을 갖춘 ‘화장실 문화센터’도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 = 김형운 기자 hw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