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진지하거나… 유쾌하거나…

장진은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감독으로 유명하고, 연극판에선 연출가와 극작가로도 지명도가 있다. TV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거기다 ‘장진 사단’이라는 자신을 믿고 따라줄 배우들까지 갖추고 있다.

재주꾼 장진이 연출한, 코믹 본능에 충실한 ‘서툰 사람들’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허탕’이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허탕’은 ‘장진표 웃음’을 기대하는 관객의 허를 찌른다. 무엇이든 들어주는 가상의 감옥을 배경으로 고참 죄수와 신참 죄수, 여자 죄수가 독특한 행동과 세밀한 심리묘사로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소극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조그만 원형무대에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는 듯 보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사람,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지만 곧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 힘든 세상에 대한 기억을 닫고 자기만의 세상에 갖힌 사람이 주인공이다.

원두커피를 제공하고 클래식 음악 감상이 가능한 감옥이라는 허황된 배경과 순간순간 재기 넘치는 대사들이 웃음을 유발하지만, 극은 진행될수록 점점 무거워지고 결말은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진 연출은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내 의견이 이 작품의 정확한 해석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에 반대한다. 상상하고 싶은 결말이 이 작품의 결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가 출연하며 오는 9월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서툰 사람들’은 가볍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진 사단에 새로이 합류한 조복래 김민교 심영은 김슬기 홍승균 오강율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도둑질에 서툰 도둑 장덕배가 야심한 밤 유화이의 집을 털러 들어간다. 장덕배는 지명수배까지 받고 있는 제대로 된 도둑이라고 주장하지만, 어수룩하기 그지없다. 유화이 또한 가난한 자신의 집에 들어온 덕배에게 비상금 위치를 알려주는가 하면 동갑이라며 “친구 먹자”고 제안한다.
그 와중에 아래층 남자가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소동을 벌이고, 유화이를 짝사랑하는 영업사원이 찾아오는가 하면, 유화이의 아버지까지 갑자기 들이닥쳐 사건은 꼬여만 간다.

잘 짜여진 배우들의 ‘합’이 2시간 가까이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따뜻한 내용에 결말도 훈훈하다. 오는 8월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안선희 기자 sunnyah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