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별 “차도녀 이미지? 실제는 밝고 털털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한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차갑고 감정이 없을 것 같은 외모 탓인지 스릴러, 공포 같은 어두운 느낌의 영화가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제 본래 성격은 밝고 털털해요.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죠.”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 박한별(28)이 ‘요가학원‘(2009) 이후 3년 만에 다시 공포물로 돌아왔다. 12일 개봉 예정인 ‘두 개의 달’을 통해서다. 숲속 낯선 집 지하실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세 남녀(박한별·김지석·박진주)가 그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박한별은 영화에서 비밀을 간직한 공포 소설 작가 ‘소희’ 역을 맡았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한별은 “시나리오를 보고 공포 영화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두개의 달’은 독특하고 기이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배우 박한별’과 ‘인간 박한별’에 관한 이런저런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공포 영화라서 선택하거나 공포라는 장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두 개의 달’ 시나리오를 보고 되레 감독님께 ‘무슨 장르냐’고 물었더니 ‘공포’라고 해서 공포 영화인 줄 알았어요. 공포 영화에 벌써 세 번이나 출연하게 됐는데, 아마 차가운 느낌이 감독님들 눈에 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론 도시적이고 차갑고 도도한 역할 말고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액션도 좋고요.”

박한별은 과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두 개의 달’에서 감정 표현 등 연기력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날엔 연기를 정말 못했어요. 아니, 못할 수밖에 없었지요. 부족하거나 힘든 것 없이 밝고 명랑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인생 고민이 없었던 거죠. 게다가 연기 공부를 제대로 하고 데뷔한 게 아니라 운 좋게 ‘얼짱’으로 갑자기 연기를 시작했으니 연기를 못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위축됐고 인터뷰를 할 때도 자신있게 말하질 못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생각에 확신이 생기면서 당당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연기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어 “과거엔 캐릭터에 대해 실감이 들지 않아 머리로만 이해하며 연기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감정을 전에는 하나만 알았지만 지금은 셋을 알게 됐다”며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얼짱’에 무남독녀. 공주처럼 자랐을 법하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었다.

“아빠가 축구감독을 하신 축구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적부터 저를 사내아이처럼 키우셨어요. 제가 운동신경도 굉장히 좋거든요. 힘도 세요. 팔과 다리가 가늘지만 이게 다 근육이거든요. 2, 3년 전부터는 골프에 푹 빠지면서 스타크래프트, 볼링, 스키 같은 거 다 끊었어요.”

박한별은 지난 2003년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공포 영화 시리즈가 한창 흥행할 시기에 나온 터라 18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게 스크린 흥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대박 나야지’하는 마음으로 일하진 않아요. 흥행에 대해 심각하거나 조급하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여고괴담’에 180만 명이 찾았으니 이 영화도 소박하게 세 자리 숫자(100만 명 이상)는 넘었으면 좋겠어요.”

힘든 점은 없었을까. “영화 특성상 밤에 찍는 촬영이 많았어요. 폐쇄된 공간에서 촬영이 이어졌는데 현장에 먼지가 너무 많아 피부 트러블, 비염에도 시달렸죠. 그러다 또 아침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촬영해 리듬도 많이 깨졌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거죠.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버텼던 것 같아요.”

데뷔 10년차. 그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하지만 돌아온 단답형 답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목표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왜요?”라고 되묻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롤모델도, 계획도 없어요. 신인 시절엔 억지로라도 목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지어내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 짓이었어요. 목표를 정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불만이나 자괴감 같은 게 생겨요. 또 목표를 달성하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현재가 중요해요. 지나간 과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성격적으로도 그래요.”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