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착한 사람이니까… 소소한 거짓말은 괜찮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댄 애이리얼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8살짜리 아들 수철이가 짝꿍의 연필 한 자루를 훔쳤다. 교사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로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냈다. 수철이에게 2주 동안 학교갈 때 외에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벌을 준다. 너무 벌이 가혹하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에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연필이 필요하면 얘기를 하지 그랬어? 아빠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러면 아빠가 회사에서 연필 한 자루가 아니라 몇 다스는 가져다줄 수 있는데 말이야.”

책은 우리 모두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부정행위가 얼마나 복합적인 것인지를 속속들이 파헤쳤다. 합리적인 사람도 때로는 하얀 거짓말을 한다.

한 해외 잡지의 편집위원인 A J 제이콥스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 역시 거짓말쟁이이므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전체적으로는 자신은 그런 대로 착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이 정도 속임수는 괜찮다고 이기적 욕망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가짜 학위, 짝퉁 명품, 논문표절, 불법 다운로드, 분식 회계 등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부정행위에는 이같은 심리기제가 깔려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 이득을 얻지만 자신을 비루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사례를 제시한다. 시각장애인과 일반인 실험 진행자들이 택시를 타게 해 택시기사들의 대응방법을 비교·분석했다. 실험 결과 택시기사들은 일반인에게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 부정행위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저질렀다. 마음만 먹으면 시각장애인에게 훨씬 더 쉽게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택시 기사들은 시각장애인을 속이는 것에 더 큰 죄의식과 저항감을 느꼈다.

골프에서 ‘멀리건(malligan)’은 티샷을 잘못 쳤을 때 벌타 없이 다시 치는 행위를 뜻한다. 멀리건의 경우 처음 친 샷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친다. 저자의 지인은 자기 남편의 전처를 멀리건이라고 부른다는 것. 저자는 2009년 수천 명의 골퍼들에게 ‘다른 사람에게 들킬 염려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멀리건을 허용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지를 돌렸다. 1번홀과 9번홀에서의 멀리건 가능성은 크게 차이가 났다. 평균적인 아마추어 골퍼의 40%가 1번 홀에서 멀리건을 행사하는 데 비해 9번홀에서는 15%만이 멀리건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1번홀에서는 멀리건을 합리화하기 훨씬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흔히 1번홀에서 엉뚱한 곳으로 공이 떨어졌을 때 “지금까지는 연습이었다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사람들은 점심과 저녁에 샐러드만 먹었으니까 쿠키 몇 조각은 먹어도 괜찮다고 합리화한다. 온몸이 피곤해진 상태에서는 정크푸드가 먹고 싶어진다. 머리로는 몸이 힘들수록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정크푸드를 먹어야 한다는 ‘감정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스스로 높은 도덕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지치고 고갈된 상황에 놓이면 덜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이득과 손실의 비용편익분석이 아니라 ‘난 착하게 살아왔으니까 이 정도 거짓말은 괜찮아’라며 자기 합리화에 빠져 속임수를 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소소한 부정행위가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사회에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소한 부정행위도 그대로 방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