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파문>“‘차떼기당’ 이미지 덧씌워질라…”

차떼기당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건 아닐까.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측은 비상이 걸렸다. 각종 의혹 중에서 특히 ‘돈’과 관련한 문제는 역대 새누리당에 메가톤급 악재로 발목을 잡아왔다. 이번에는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던 올초 발생한 만큼 차떼기당 이미지가 박 후보에게 덧씌워질 것에 대한 우려로 캠프 측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진퇴양난”이라는 말로 캠프 내 위기를 표현했다. 그는 “당에서 진상조사를 하게 되면 뭔가 있다는 의혹을 주게 될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수수방관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는 전날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긴급 심야회의를 소집해 책임론과 관련한 공세에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후보가 돈과 관련한 부정을 누구보다 싫어하는데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고 무조건 책임지라는 것은 너무 구태스러운 행태 아닌가”면서도 “일단 정치공세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측은 의혹의 진위를 떠나 ‘차떼기당’, ‘돈봉투 당’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될 경우 박 후보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대선 가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떼기당이라는 과거 전력이 있는 당에서 공천헌금이 터지면 선거는 하나마나”라는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날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차떼기당이 어디 가겠느냐” “당시 당을 장악하고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는 등 공세를 이어갔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 역시 일제히 공천헌금 의혹을 거론하며 박 후보의 책임론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난 4·11국회의원 총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대선 가도에 파란불을 켰는데, 이후 터진 악재가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략에 밝은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전에 터진 당원 명부 유출 사건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어 이번 공천헌금 사태로 박 후보의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대선 가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공천혁신’이 ‘공천헌금’으로 둔갑된 이번 사태와, 당원명부 유출사건 등으로 박 후보의 ‘클린공천’이 퇴색됐고, 비대위원장 시절 1호 쇄신책으로 내놓은 불체포특권 포기도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쇄신 이미지에 크게 금이 간 상태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20일 예정된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동하·박정경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