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눈치… 겉도는 ‘불임휴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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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부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각 기업 및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불임휴직제’가 사규 미비나 회사 측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차 직장인 안모(여·36) 씨는 결혼 후 몇 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자 회사 인사팀에 불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당시 사규에는 불임휴직의 횟수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인사팀에서는 “최초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뜩이나 눈치가 보이는 터라 안 씨는 1차 시험관시술 때만 휴직을 신청했고 이후 계속 일반 병가를 내고 병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결혼 6년 차인 공무원 박모(34) 씨는 1년간 불임휴직제를 사용하다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인공수정과 시험관시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 시험관시술만 5차례를 받은 박 씨는 “처음에는 휴직계를 냈지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눈치가 보여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임으로 병원에서 진료 받은 인원은 지난 2006년 14만8408명에서 2010년에는 18만4576명으로 5년간 3만6168명(24.4%)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몇 년 전부터 앞다퉈 불임휴직제를 도입했지만 취지와 달리 회사의 무관심이나 사내 분위기 등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직장여성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불임휴직제 시행이 겉도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회사별로 사규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회사 상황이나 사내분위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교직원 등 공무원의 경우 관련 법령이나 훈령에 불임휴직 관련 내용이 마련돼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인사 시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여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불임휴직제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가와 달리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실태 조사도 어렵고 문제가 있더라도 시정 요구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