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VVIP 퍼주기’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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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반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속속 축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정작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VVIP카드 부가서비스 혜택은 그대로 유지해 눈총을 사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자들로부터 챙긴 카드대출 수익으로 VVIP들에게 막대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불구, 금융감독당국은 정작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일반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계속 큰 폭으로 축소하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카젠 차량정비 할인 및 무상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중식당 차이나팩토리의 스탬프 적립 서비스를 지난 7월31일부터 중단했다.

반면 연회비 100만 원 이상의 VVIP카드는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연회비 200만 원에 달하는 현대카드 ‘블랙’은 명품 이용권, 특급호텔 이용권 등 연 수백만 원이 넘는 혜택을 종전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의 ‘라움’, 하나SK카드 ‘클럽 원’ 등도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할 계획이 전혀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규 발급 중단이나 부가서비스 축소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가서비스 혜택으로 VVIP카드 손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회비 100만 원의 A카드는 최초 4억79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감수하며 지난 2009년 5월 출시됐지만, 지난해 집계된 영업손실은 예상 영업손실의 3배에 해당하는 13억7000억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당국에 “마케팅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대출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도록 카드상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라”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VVIP카드 부문에서 손실을 보면서까지 카드를 발급하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유명인사와 고소득자 등 특권층을 회원으로 확보함으로써 카드사 인지도 상승 및 프리미엄 유지, 회원 유치 효과를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감독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VVIP카드 신규 발급 중단, 부가서비스 일부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대신, 약관심사를 통해 비슷한 카드가 새로 출시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의 VVIP카드가 정상 발급되고, 이 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이 줄지 않는 한 VVIP카드로 인한 카드사 손실 폭은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카드 대출을 통해 얻은 수익을 VVIP들의 부가서비스 혜택 제공에 쓰고 있는 셈”이라며 “VVIP카드 손실이 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