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윤동주의 ‘달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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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논설위원

‘달빛은 솔가지에 쏟아져 바람인 양 솨~ 소리가 날 듯하다.’ 항일운동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광복 6개월 전인 1945년 2월 28세에 옥사(獄死)한 시인 윤동주가 거의 유일하게 남긴 산문(散文) ‘달을 쏘다’의 한 대목이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武士)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하고 끝나는 이 산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시대적·인간적 성찰과 고뇌 등을 서정적·상징적 언어로 문학화한 윤동주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작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윤동주는 생전에 시집을 펴내진 못했다.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있던 소설가 김송 집에 하숙하며 쓴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을 묶어 시집을 내려고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1941년에 서문 격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하고 시작하는 ‘서시(序詩)’까지 지었으나, 일제(日帝)의 방해로 무산됐다.

후배 정병욱(1922~1982)이 당시 윤동주가 증정한 육필 원고들을 전남 광양시 진월면의 고향집에 보관했다가 1948년에 펴낸 것이 유일한 윤동주 유고(遺稿)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 그 뒤에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낸 정병욱 등과 함께 윤동주가 하숙한 집 일대인 인왕산 자락의 청운공원에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종로구청이 2009년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 7월25일 윤동주문학관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것은 반갑고 뜻깊은 일이다.

더더욱 반가운 일은 윤동주의 삶과 문학이 또다른 예술 장르로 영역을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예술단이 창가(唱歌)·군가(軍歌)·대중가요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21곡, 군무(群舞), 시 낭송 등으로 꾸민 특이한 형식의 가무극(歌舞劇) ‘윤동주, 달을 쏘다’를 10∼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장르인 팩션(faction) 작가 이정명(48)은 윤동주를 모티브로 삼은 장편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을 최근 펴내기도 했다. 그 번역 출판권이 영국·프랑스·폴란드 등 5개국에 이미 팔렸다고도 한다. 윤동주의 삶과 문학 자체는 물론 그 확장에 해당하는 예술 작품들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