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海外탈세 방지로 租稅정의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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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국세청은 최근 올해 해외(海外) 금융계좌 자진신고액이 개인 2조1000억 원, 법인 16조5000억 원으로 모두 18조60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해외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 규모도 점차로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해외거래를 통한 탈루액(脫漏額) 규모다. 특히, 해외거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이나 고소득 계층에서 이뤄지므로 정책적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탈루 방지를 위한 정책은 주로 국내거래 중심이었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국내거래를 통한 탈세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탈세는 그를 통한 경제적 이익이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탈세는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 문제다.

세무 행정은 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세무조사 등 여러 가지 정책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으나, 정확한 규모는 알 수가 없다. 탈세 규모 추정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탈루 규모는 약 30% 수준으로 선진국들의 20%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추정치는 대부분 국내거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국세청에서 발표한 자진신고 해외거래액 규모를 보면, 해외거래를 통한 탈루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해외거래를 통한 탈루액이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위스를 통한 거래 규모의 신고액이 지난해 73억 원이었으나, 지난 7월 스위스와의 조세(租稅)조약을 통해 거래 내역에 대한 정보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올해 신고액이 1003억 원으로 급증했다. 탈세는 세무 당국과 납세자 간 정보를 매개로 한 게임이다. 세무 당국이 납세자들의 소득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을 경우 탈세는 있을 수 없다.

스위스를 통한 거래액의 자진신고액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세무 행정에서 정보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탈세 자금은 또다시 음지를 찾아서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로 이동할 것이다. 대표적 국가들이 자금 소유자들의 정보를 철저히 보호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조세천국(tax heaven)’들이다. 따라서 국가 간 조세 정보 확보를 위한 조세조약 대상국을 확대해야 한다.

해외거래를 통한 탈세는 고소득 계층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지금까지의 탈세 방지 정책보다 수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 올해 자진신고액이 약 18조 원에 이른 사실로 미뤄 볼 때, 탈루액 규모도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이번에 신고 대상이 현금과 상장 주식에 한정되므로 채권과 펀드 등의 자산을 포함할 경우 탈루 규모도 상당할 것이다.

요즈음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 수단으로 세금 인상안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세금 인상보다는 해외거래를 통한 탈세를 막음으로써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원 발굴을 통한 재원 확보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므로, 전체 경제에 주는 피해가 엄청나다. 특히, 법인세 인상과 같은 세계 흐름에 역행(逆行)하는 정책안은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해외거래를 통한 탈세 방지는 조세의 형평성과 성장활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좋은 정책 수단이다. 이를 위해 세무 당국은 탈세 방지를 위한 정책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해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선 단순히 엄포 수준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탈세행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연계해야 한다. 해외거래 정보 확보 대상국을 늘려서 국가간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세무조사, 가산세 등 여러 정책 수단을 적절히 혼합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정책 배합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유층의 탈세행위가 스스로 억제될 수 있는 조세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