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 쓰기도 힘든 전통시장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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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도 하기 전에 판매하는 은행은 문을 닫고 특정 카드가 아니면 구입할 수도 없어요. 시장에서 쓰려고 가져가도 상인들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복지 포인트로 온누리상품권(사진)을 구입하고 있는 공무원 장모(34) 씨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에 대해 이같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복지카드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은행마다 자신들의 카드가 아니면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 힘들게 상품권을 구입해도 시장에 가져가면 오히려 은근히 현금을 바라는 상인들이 많다는 게 장 씨의 설명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전국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서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장 씨처럼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의 경우 삼성그룹은 추석에 상여금과 별도로 22만 명에 달하는 전 임직원에게 온누리상품권을 1인당 50만 원어치씩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 SK, 한화그룹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은 지난해(2500억 원)보다 2배가량 많은 4000억 원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소비자 불만은 주로 일부 금융기관에서만 취급해 구매가 불편한 데다, 아직도 상품권 사용 가맹계약을 맺지 않은 시장 점포가 상당수에 달하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현금을 선호해 상품권에 거부감을 느끼는 상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13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판매하는 금융기관은 지난 2009년 새마을금고 1개에서 올해 6월 현재 기업은행과 전국 6개 지방은행, 신협과 우체국 등 9곳으로 증가했다. 가맹계약을 맺은 시장은 같은 기간 동안 739개에서 1153개로 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용이 많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취급하지 않는 데다, 가맹계약을 맺지 않은 시장도 364곳이나 됐다.

중기청이 지난해 전통시장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사용에 불만이 있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지정된 시장에서만 이용이 가능해서’라는 답이 41.0%를 차지했다. 이어 ‘상인이 친절하게 받지 않아서’가 20.5%,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받기 어려워서’가 18.0%로 뒤를 이었다. 지경위 관계자는 “상품권 취급 기관을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은행으로 확대하고 가맹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온누리상품권을 친절하게 받을 수 있게끔 상인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