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상대 7조원 손배訴 한전 소액주주들 ‘패소’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기요금 산정에 개입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1심 판결대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어온 정부 정책은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5일 최모 씨 등 한전 소액주주 28명이 “정부가 전기 요금을 생산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에 묶어두고 있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7조202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전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산정해 한전에 통보한 행위는 장관이 그 인가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소관사무의 범위 안에서 전기요금에 관한 행정지도를 한 것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한전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지경부 장관으로서는 물가상승과 한전의 비용절감노력 등을 고려해 그 고유한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전기요금을 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전기요금 산정 개입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같은 원고들이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률이 원가에 못 미쳐 한전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낸 1400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이 한전의 대표자로서 한전의 이익뿐만 아니라 전기요금이 국가의 경제와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할 임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김 전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정부와 김 전 사장이 전기료를 원가에 못 미치게 인상해 회사의 손해를 방치한 점과 상장 기업인 한전에 원가 이하 가격을 요구하며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한 것을 각각 문제삼아 소송을 냈다.

이재동 기자 trigg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