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도 확인 안한 檢… 수사 하긴 했나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 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과 관련,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대필한 것은 물론 특검에서 진술서 내용과 달리 내곡동 부지를 실매수할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시형 씨의 한 측근은 29일 “현재 시형 씨는 진술서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아버지에게 파는 것이 확정된 의사가 아니라 본인이 실매수 의사가 더 컸고 그래서 자금도 12억 원 중 6억 원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큰아버지한테서 빌렸는데 이 부분도 진술서에는 잘못돼 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이를 위해 “시형 씨가 이 대통령과 여러 번의 논의 과정을 거쳤고 대출 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는지 등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행정관이 진술서를 작성한 후 시형 씨가 확인하는 과정을 한 차례 거쳤음에도 이제 와서 내곡동 땅을 실소유하려는 의사가 더 많았다며 진술서의 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시형 씨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대필한 것은 내용적으로는 청와대가 진술서를 대충 써도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검찰·청와대가 진술서 진위에 대해 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는 검찰이 대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것은 물론 청와대는 진술서가 갖는 사법적 의미를 무시했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대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부분은 “대충 써도 된다”는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얘기에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 자체를 우습게 보거나 검찰과 청와대가 이 사건에 대한 사전 교감이 없다면 그런 얘기를 아무리 내부적으로라도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수사의 기본인 진술서 대필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아 봐주기·부실 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시형 씨와 청와대 인사들의 사법 절차에 대한 기본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검찰 진술서의 경우 처음이나 마지막에 본인의 이름 내지는 서명을 해야 한다. 서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진술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그 진술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시형 씨가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현미·현일훈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