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안철수의 ‘단일화 政略’

허민/정치부장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광주담화(談話)’가 있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48일간의 발언을 살펴볼 때 안 후보의 광주담화는 불연속선을 이룬다. 애매모호로 점철됐던 그간의 화법이 완전히 사라진 담화 안에는 그나름의 시국 진단과 야권 후보 단일화의 내용이나 과정은 물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의 정부 수립 구상까지 직설적으로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광주담화는 ‘안철수 대선 정략(政略)’으로 볼 만하다.

안 후보는 담화에서 밝힌 시나리오대로 대선을 이끌고 갈 태세다. 이는 6일 저녁 안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회동 후 발표된 합의사항이 광주담화의 판박이였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7개항의 합의문 가운데 문 후보의 요구가 반영된 대목은 ‘후보등록 전 단일화’(5항) 하나뿐이다. 그밖에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 요구 공통 인식’(1항), ‘정치혁신 첫 걸음은 기득권 내려놓기’(2항), ‘국민 공감과 동의 필수’(4항), ‘국민연대 필요’(6항) 등은 모두 안 후보가 미리 예고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타 후보 진영에서 안 후보의 담화에 담긴 정략을 관심있게 본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강조하건대, 이 담화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담화 속 행간에는 기성정치는 모두 악(惡)적 존재이고, 이를 통째로 깨부수지 않고서는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는 ‘선동’적 구호마저 담겨 있다. 자신만이 ‘정치적 선(善)’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적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앞으로 20일 뒤면 전개될 야권 단일 후보와의 1 대 1, 건곤일척의 양자대결에서 승리하려면 광주담화에 대한 대안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광주담화’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이 시대정신이다. 둘째,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을 단호히 반대한다. 셋째, 정권교체는 혼자 힘만으로는 안되며 따라서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 넷째, 단일화의 전제는 정치개혁이다. 다섯째,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개혁을 선언하라. 여섯째, 단일화는 국민연대로 뒷받침해야 한다. 일곱째, 국민연대로 대선 승리 후 새 정부를 구성한다….

‘광주담화’의 해석은 이렇다. 지금 대한민국은 악으로 가득 차 있다. 집권 새누리당은 악의 축이다. 민주당도 구정치의 폐해를 답습한 차악(次惡)이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시대적 임무로 떠오르지만 혼자 힘으론 안된다. 따라서 민주당을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한다. (이 부분은 ‘정치는 차악의 선택’이라는 프랑스 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의 명제를 떠올린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선언은 구정치의 악행을 씻어주는 면죄부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근본적인 승리의 힘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다. 이들을 정치조직화, 정치세력화한 것이 국민연대다. 이는 대선 후 집권 신당 창당의 밑거름이다….

사실 안 후보의 시대정신론이나 정권교체론, 정치개혁론, 야권연대론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그 안에 일방적이고 아전인수적인 해석이 적지 않게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기성정치를 몽땅 구정치로 몰아세우면서도 스스로 마키아벨리적 논법을 동원하는 모순도 발견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 중 하나는 그의 대권 완주 의지가 더 없이 강하다는 점이다. 안 후보의 생각은 이미 집권 이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쟁에서 이긴다. 야권단일화를 하겠다는 문 후보는 그렇다치고, 박 후보는 결코 방심하면 안되는 국면에 와 있다. 박 후보는 안 후보의 정략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대선에서 이길 각오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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