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단일화 합의’ 이후>安측 요구 5개 반영 ‘원사이드’ 합의문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발표한 ‘11·6 단일화 합의문’은 안 후보 측에서 요구했던 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돼 ‘원 사이드’한 합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라는 약속 하나를 받아내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측은 오후 8시 넘겨 발표한 합의문이 채 식기도 전에 이날 밤 합의문 문구 해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해, 앞으로의 단일화 협상이나 대선 후의 연대과정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전격적인 후보 회동 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5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후보 회동을 제안한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문 후보 측과의 접촉에 먼저 나서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철저하게 안 후보의 시나리오대로 후보 회동이 이뤄진 것이다.

합의문도 안 후보 측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게 많았다. 7개의 합의사항 중 ▲정치 혁신에 대한 국민 요구 인식 ▲정치권 기득권 내려놓기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적인 단일화 ▲새정치공동선언 우선 발표 등 5개 사항은 안 후보 측에서 계속 주장했었던 내용이다. 특히 정치권 기득권 내려놓기는 127석을 가진 민주당과 1석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 후보 세력을 사실상 동등한 정치 협상 주체로 만든 문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한 대가로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 약속을 얻어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에서는 회동 이후 애매모호한 안철수 후보로부터 확실한 약속 하나를 받아냈다는 이유로 “만족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단일화 발표가 나온 직후 문 후보 측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이 새정치공동선언 마련을 위한 실무팀 구성을 단일화 룰 협상기구로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안 후보 측은 즉각 부인했다. 진 대변인이 “안 후보 측이 합의에 어긋나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안 후보 측에서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결국 진 대변인은 6일 밤늦게 “오해했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웃으며 회의장을 같이 나갔지만 물밑에서는 벌써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측이 국민연대니 신당 창당이니 공동정부 구성이니 하는 말들을 하는데, 벌써부터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니 나중에 연합정부가 구성되면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