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충성·맹목적 적대주의가 화 불러” 文내부서도 비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양측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신경전이 협상 중단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은 데에는 민주당의 해묵은 조직 동원 악습, 친노(친노무현)그룹의 패권주의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너에 몰린 안 후보 측이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과잉 충성주의자들의 맹목적 적대주의가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특히 지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모바일 부정경선 등 구태 유전인자가 또다시 작동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효과 반감 우려에도 불구하고 협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이유로 제시한 민주당의 반칙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른바 ‘안철수 양보설(說)’ 유포가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 ‘안 후보가 결국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차기를 노릴 것’이라는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나 민주당 고위 인사들의 발언 내용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민주당 당원과 조직책 등이 이를 인용해 지역에서 ‘안철수 양보설’을 조직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대규모 조직 동원, 문 후보 측 시민캠프와 특보단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 등이 문제가 됐다. 문자메시지에는 “오늘 단일화와 관련한 중요한 여론조사가 몇 차례 시행됩니다. 다소 긴 내용이지만 중요한 여론조사이니 필히 전화응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 측 협상팀원을 폄훼한 것도 논란이 됐다. 문 후보의 측근인 백원우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할 때 썼던 포스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모욕감 느낍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이에 대해 ‘좋아요’를 눌러 동조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협상장에 일부 친노그룹 참모들이 배석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단일화 룰 협상 당시 문 후보의 보좌관이자 선대위에서 사퇴한 친노 참모 9인방 중 한 명인 윤건영 보좌관이, ‘새정치 공동선언’ 협상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오종식 전략기획팀장이 배석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 문제제기에 대해 황주홍 민주당 의원은 15일 ‘초선일지’를 통해 “상당히 근거 있는 협상 중단 이유라고 판단한다”며 ▲문 후보의 직접 사과 ▲문제가 된 선대위 관계자 문책 ▲안 후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단일화 방식 수용 등을 촉구했다. 황 의원은 “민주당에서 안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네거티브가 담긴 홍보자료를 지역으로 내려보내고, 민주당의 각 시·도당 조직과 지역구 조직에게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다”며 “내 지역구에서조차 오늘 아침 문 후보에 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을 했다는 지역 군의회 의장의 전화 보고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단 몸을 낮추면서도 속으로는 억울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때 모든 역량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안 후보 측이 물밑에서 항의를 하는 수준을 넘어 단일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정략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남석·이화종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