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국민참여경선 사실상 물건너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측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측의 가시적인 조치를 거듭 요구하는 등 강경 자세로 일관하면서 양측의 단일화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 상황으로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협상 타결 시점은 이번 주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재개 이후에도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

양 후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후보측의 강경 대응으로 협상은 일러야 15일 오후 늦게 또는 16일 오전 중에나 재개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협상이 단 하루만 진행돼 원칙적인 부분만 합의된 상황이기 때문에 재개 이후 밤을 새우더라도 3일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도 협상 시작 이후 룰 협상에만 2주의 시간이 걸렸던 적이 있다. 100% 여론조사 경선 실시 여부, 여론조사 기관 선정, TV토론 실시 날짜, 여론조사 실시 시기, 역선택 방지를 위한 여론조사 설문 문항 조정 등 양측이 앞으로 합의해야 될 사항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문 후보측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하나의 쟁점이 걸리면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2∼3일이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금 상태에서 냉정하게 본다면 사실 1주일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문 후보측은 더구나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급해지는 양상이다.

이렇게 되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참여경선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예측이 많다. 문 후보측 단일화 실무단의 일원인 김기식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아무리 늦어도 16일까지는 합의를 해야만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든 선거인단 모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것이 최소 3일은 걸린다는 문 후보측의 계산이다.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더라도 매우 적은 규모로 약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실효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나중에 승복 문제가 또 제기될 수도 있다.

협상 테이블이 복원되더라도 양측의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서로 감정싸움을 크게 벌인 후이기 때문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것이다.

더구나 공식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전 단일화라는 절대적인 전제 하에서 시간에 쫓겨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감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승복의 문제가 남는다.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 쪽이 깨끗이 승복하지 못한다면 이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감정 문제로 패배한 쪽이 단일후보 지지를 철회할 파국적 결말을 맺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