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대江을 정치논리로 재단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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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로/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학장

대선을 앞두고 4대강사업에서 건설한 보(洑) 철거 논쟁이 식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불과 며칠 동안에 강우가 집중되고 산악지형이어서 유출 강도가 커 홍수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또 봄철에는 오랜 가뭄이 지속된다. 댐이 없는 지역은 대부분 용수가 부족해 산업단지 입지의 큰 제약 요인이 돼 왔다. 게다가 갈수기에 물이 부족하다 보니 오염물질이 조금만 흘러들어도 수질은 쉽게 나빠지고 하천이 메말라 수생 생물의 서식공간이 줄어들어 생태계의 건강성이 위협받아 왔다. 또 천변 불법 경작은 수질오염의 원인이 돼 왔으며, 홍수 시 댐 방류의 제약 요인이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4대강은 원래 풍부한 수량을 기반으로 물류의 운송수단이고, 어업·농업 등으로 삶의 터전이었으나 도로망의 발달로 버려진 공간이 돼 문화·레저 활동이 사라졌으며 접근도 어려웠다.

하지만 정부가 2009년부터 시작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하천 바닥을 준설해 홍수 소통을 원활하게 했으며, 16개 보를 건설해 팔당호의 3배나 되는 7억t의 물을 추가로 확보했고, 하천 내 농경지 6579㏊(2000만 평)를 정리하고 비닐하우스 3만3162동을 철거해 농약·비료 등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방지하고 천변에 방치된 폐기물 286만t을 제거, 둔치를 정비해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기존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거나 신설하는 등 모두 1281곳의 수질개선 사업을 했다. 또 생태적으로 우수한 습지를 보전하고 경작지를 초지로 전환하는 등 자연적으로 습지가 형성되도록 유도했다.

또 보 구간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농도는 사업전(2007~2009년 상반기) 3.2㎎/ℓ에서 올 상반기에는 2.8㎎/ℓ로 수질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천변에는 여가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습지 같은 생물 서식공간을 확충했다.

그러나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분해율이 증가하는 BOD와 달리 수중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해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농도는 증가했다. 또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금강의 물고기 대량 폐사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4대강 사업의 수질·생태적 효과는 중장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4대강에 설치된 보를 철거해 사업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논리에 불과하다. 산림을 파괴하고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건물 철거로 원상 복구가 되기는 어렵다. 필요한 건물이라면 어딘가에 다시 지어야 하고 건물을 철거한 자리는 쉽게 안정화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보를 철거하면 하천 수위는 평균 5m 정도 낮아지고 수면적도 40% 이상 줄어 습지와 어류서식 공간 감소 등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수변경관 훼손, 수질악화 등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습지는 보에 의해 조절되는 수위를 기준으로 조성돼 있으므로 보를 철거하면 습지 중 상당 부분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풍부한 수량과 수면을 기반한 수변문화 여가공간의 역할이 줄어들고 친수구역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4대강 모델은 태국, 모로코, 파라과이, 페루 등 물 문제에 직면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의 주장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원상으로 되돌린다면 해외 물시장 진출을 위해 ‘태국 물관리사업 종합계획 수립’에 적극 참여중인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설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빚어졌던 4대강 살리기 사업, 보 철거 논쟁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