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국형 로켓 개발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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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 한양대 사회과학대 교수·국제정치학

나로호 3차 발사가 또 연기됐다. 10월 26일로 예정됐던 3차 발사가 한 달 이상 지연된 이유는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의 연료 공급 장치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한국이 만든 2단 킥모터의 추력 제어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로호의 연료를 빼고 조립동으로 다시 옮겨 잘못된 부분을 교정한 다음 또다시 발사 일정을 잡아야 할 것이다. 독자적인 로켓이 없어 러시아와 협력하다 보니 이런저런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모르면서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 로켓 발사 작업이다. 따라서 만전에 만전을 기해 준비한다면 또 하나의 기술 경험을 할 수 있다. 3번에 걸친 나로호 발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절감하는 것이 있다. 나로호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형 로켓(KSLV-2) 개발을 위한 우주개발 정책을 더욱 더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더 이상 외국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한국형 로켓을 개발하려면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로켓 보유의 근간이 되는 엔진 개발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2021년까지 독자적인 로켓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엔진 개발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연소실험 준비에만 1주일 정도 걸리는 엔진 개발은 약 200회 이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200주, 즉 4년이 넘는 기나긴 과정을 소화해 내야만 한다. 로켓 구조물의 소재 개발에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로켓 무게의 약 80%는 연료이기 때문에 로켓을 구성하는 몸체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얇아야 한다. 예를 들어 로켓 엔진의 지름과 로켓 두께의 비율이 계란의 지름과 껍질과의 비율보다 낮을 정도로 로켓은 가볍고 단단한 소재들로 제조돼야 하는 것이다.

둘째, 우주청과 같은 정부 주도의 지휘소를 설립해 우주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우주 강국이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은 물론 심지어 북한도 장거리 로켓을 펑펑 쏘아대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우주 개발에 뒤늦은 우리나라가 주변국을 따라가기 위해선 국가의 힘이 실린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와 개발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력들을 수용해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구축한다면 목표연도 2021년보다 더 이른 시점에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주 협력 외교를 넓혀 나가야 한다. 로켓 기술은 곧 대륙간탄도탄 기술이기 때문에 우주 선진국들은 기술 이전을 꺼린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게 마련이어서 일본은 미국 보잉사의 델타 로켓 기술을 이전 받아 N-2 로켓 개발이 가능하게 됐고, 지금은 지구 저궤도에 16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중국 우주 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췐쉐썬 박사도 미국 국방기술자문위원의 로켓 부문 총책임자였지만, 저우언라이의 탁월한 외교로 중국으로 귀국, 오늘날 중국이 미국·러시아와 어깨를 겨루는 우주 강국이 됐다.

나로호 발사는 우리 땅에서 화염을 뿜으며 우주로 날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국가적 자긍심을 심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적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이 굳이 독자적인 로켓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제든 우리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로켓 기술은 결국 미사일 기술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이 목표를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 국민의 든든한 뒷받침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