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따뜻한 成長’을 위한 4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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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서울대 경영대 교수·경영학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첫 외부 일정으로 상공인 대표단과 만나서, 사회 전체에 골고루 퍼질 수 있는 ‘따뜻한 성장(成長)’을 강조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불공정·불균형·불합리 등 ‘3불(不)’ 해소를 약속하면서, 기업들에 투자와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따뜻한 성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가장 먼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세계 경제 10위에 당당하게 진입한 한국에서, 대통령 당선인까지 나서 이러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아야 따뜻한 성장을 위한 성공 조건도 분명하게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삼각김밥 사업을 한 번 생각해보자. 어느 40대 퇴직자가 삼각김밥 사업을 하기 위해 그동안 모았던 자금을 총동원해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을 설립했다고 가정하자. 사업 경험이 부족한 이런 사업자가 은행에서 사업자금 대출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삼각김밥 사업을 시작해도, 전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편의점을 대상으로 대규모 납품권을 획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반대로, 이미 전국에서 편의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삼각김밥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삼각김밥 사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아마도 90% 정도에 육박할 것이며, 이런 사업에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자금을 대출해 줄 가능성도 크다. 즉, 중소기업은 창업을 하는 것도, 그리고 창업 후 사업을 성공시키는 면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균형을 어떻게 풀어야만 ‘따뜻한 성장’이 가능할까? 해답은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주식시장이 기업의 미래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서는 대기업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존 사업보다 본원적 투자수익률(ROI)이 높은 쪽으로 신규 사업 투자를 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 대기업들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과 경쟁하는 사업에 진출하게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기존 주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투자수익률이 높은 첨단 의료기기 사업에 성공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겠지만, 반대로 기존 사업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삼각김밥 사업을 시작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사회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성장전략과 신규사업 지분 투자에 대한 건전한 통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특정 기업이 현재 사업보다 본원적 투자수익률이 낮은 신규 사업에 대한 새로운 지분 투자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업종이 있고 계속 새로운 사업이 태어나는 시장을 법과 제도만으로 효과적 통제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성장전략에 대한 경영자들의 발상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매출액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국내 시장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해서 발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기존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해외시장은 상대적으로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네슬레가 판매하는 일회용 커피는 이미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시장을 개척했다.

넷째, 시장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선진화할 수 있는 세련된 제도적·법적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불공정 경쟁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시장을 기반으로 한 공정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