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유머>너만 모르는 진상 골퍼

▶모범생형

어제 배운 레슨을 오늘 실천한다.

레슨프로가 팔꿈치를 붙이랬다고 헤드커버 옆구리에 끼우고 아이언샷을 한다.

배운 대로 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는 이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대책 없는, 좋은 아빠형

미국형 진상이다.

8분 간격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한국 골프장에서 이랬다가는 듬직한 마셜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와 룰도 가르쳐주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동반자만 없다면 상관없지만, 이를 6시간 동안 지켜봐야 하는 이들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다.

▶패왕별희형

그에게 자외선은 살상무기다.

한여름에도 긴팔 옷 입고, 얼굴은 경극배우보다 하얗게 선크림을 바른다.

피부는 보호될지 몰라도 옆사람은 난감하다.

선캡에 자외선 마스크로 중무장한 여성 골퍼들 역시 ‘아프가니스탄 여고 동창회’를 뺨친다.

▶헨젤과 그레텔형

1번 홀은 14개의 클럽으로 시작했지만, 18번 홀에서는 퍼터만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갈 길을 기억하려는 것도 아닌데 홀마다 클럽을 흘리고 다닌다.

장갑, 헤드커버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어, 내 56도 웨지 본 사람?”

▶콜럼버스형

그의 볼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나?

아니면 귀중한 고대 상형문자라도 새겨져 있나?

볼을 찾기 전에는 다음 홀로 가지 않는다.

진작 넓은 페어웨이로 칠 일이지….

“훅이 나서 단풍나무 쪽으로 떨어지는 걸 봤다니까. 같이 걸어가면서 찾아 보자.”

▶델리키트형

멤버 좋고 캐디도 친절하고 골프장도 최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하지만 그의 스코어가 망가지는 순간, 동반자들은 대역죄인이 된다.

버디를 하면 뭐하나, ‘그분’이 트리플보기라도 하면 맘 놓고 기뻐하지도 못한다.

상가(喪家)에서 ‘쾌지나 칭칭나네’ 벨소리 울린 문상객 신세다.

말도 없어지고 혼자 궁시렁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