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메뚜기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어 사회 뒤흔드는 중국인들 무섭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홍콩 거리에 중국 임신부 원정출산 반대를 의미하는 포스터가 등장한 가운데 홍콩 병원이 중국 임신부의 원정출산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이 밀려드는 중국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에 중국은 경제적으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지만 이곳 시민들에게 밀려드는 중국인들은 ‘메뚜기떼’처럼 두려운 비호감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홍콩, ‘원정출산’ 금지했지만… 위장결혼 등 편법

홍콩특별행정구는 22일 발표한 지난해 주요 정부 10대 시책 중 첫 번째로 ‘중국 임신부 원정출산 금지’를 꼽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홍콩은 전례 없는 반중 시위와 반중 정서에 시달렸다. 중국식 국민교육 과정 도입이 추진되자 ‘세뇌교육’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하게 벌어지면서 이 조치는 결국 유보됐다. 또 중국 임신부의 원정출산이 급증하면서 산부인과에 병실이 부족한 ‘산부인과 대란’이 벌어지고 급기야 수 년 동안 이어진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이 홍콩 유치원에 대거 몰려들면서 ‘유치원 대란’을 겪었다.

홍콩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태어난 홍콩 신생아 9만5000명 중 4만4000명이 중국 임신부의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커젠(吳克儉) 홍콩 교육국장은 22일 TV에 출연해 “지난해 취학 아동 수 20만 명 중 40%인 약 8만 명이 대륙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예상했던 인원보다 8만 명이 초과됐다”고 시인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원정출산을 금지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 2013년 1월 1일부터는 병원의 중국 본토 여성 쿼터를 없앴다. 하지만 쿼터가 없어진 뒤에도 홍콩 남성과 위장 결혼을 하거나 필리핀 국적을 취득하는 편법을 통해 원정출산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유치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유치원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긴 줄을 서서 접수를 해야 했던 한 홍콩 학부모는 현지 언론에 “이런 상황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홍콩 시위대들이 연휴를 맞아 몰려온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향해 ‘메뚜기떼 반대’를 외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메뚜기떼 반대’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자는 모금운동까지 벌어졌다.


싱가포르, 질서의 나라에 파업 불러온 ‘달갑잖은 그들’

싱가포르 역시 늘어도 너무 빨리 늘어나는 중국인들 때문에 혼란을 겪으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중국 출신 버스운전사들의 집단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질서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집단 파업이 벌어진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결국 파업 기사들을 추방하고 주동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출신 부유층이 운전한 빨간색 페라리 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채 빠른 속도로 돌진해 교차로를 건너던 택시를 들이받아 택시 운전사와 승객은 물론 페라리 운전자도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리센룽(李顯龍) 총리는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에게 생계지원을 약속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싱가포르인들의 반중국인 정서에는 이미 불이 붙은 상황이었다.

테렌스 청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인들의 과다 유입으로 싱가포르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영주권자 등 외국인들이 ‘세금납부 등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이익만 취하러 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는 중국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글이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자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해 9월 외국 국적 노동자나 배우자가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상향하는 등 외국인 이주조건을 개정했다. 또 1000만 싱가포르달러(약 89억9000만 원) 상당의 재산을 자국에서 5년간 유지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신속히 부여해 온 프로그램도 없애는 등 급격한 중국인의 유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고 있다.


대만, 관광객 등 교류 급증… 中 영향력 커져 고심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대 들어 중국 대륙과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는 대만 역시 문호가 점점 개방되면서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223만5600만 명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인이 대거 들어오자 중국 관광객들의 무질서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대만 타이베이(臺北)시 의회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의회건물 식당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정문 출입을 금지하고 건물 내 화장실도 식당 부속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회건물 관계자는 “중국 내륙 관광객들이 적자 식당을 흑자로 바꾼 공로도 있지만 그래도 의회 건물로서 질서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2013학년도부터 중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키로 했으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만 국립타이베이(臺北)대학 천야오샹(陳耀祥) 조교수는 “대륙 유학생의 대만 유학을 확대 개방할 것인지 또는 제한할 것인지는 대만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양안이 유학생 수를 확대하면 대만이 교육자원 경쟁에서 중국에 열세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야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교류 확대 과정에서 대만이 일방적으로 중국의 방침과 문화에 동화돼간다고 우려를 표했다. 작가 출신의 룽잉타이(龍應臺) 대만 문화부 장관도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연예인들에게 ‘우리 내지(內地)’라는 말로 대륙(중국)을 지칭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 단어는 엄연한 독립국가인 대만을 중국의 식민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므로 이런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