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80대 중반 ∼ 90대 실력… “사람 사귀기 좋은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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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희영(63·사진) 한양대 문화예술 최고경영자(CEO) 과정 부원장은 1만여 명의 지인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지인이 워낙 많다 보니 골프모임도 10여 개가 넘고, 시즌 때면 주 3일 이상 라운드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8년밖에 안 됐지만 지금까지 골프장에서 라운드한 인사가 수천 명을 헤아릴 만큼 많다. 주로 한 번 라운드 때 5∼10팀씩 나오는 CEO 과정 골프모임이 그만큼 많다. 그는 지금까지 CEO 과정만 16곳을 수료했고, 여러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며 5년 전 단국대에서 처음으로 경영대학원 골프CEO 과정을 개설한 이래 한양대, 서울대 등 6곳에서 CEO 과정을 운영 중이다.

27년 동안 재무부에서 세관업무를 담당한 그는 2002년 명예퇴직했다. 퇴직 후 관세사로 일해 왔고, 3년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공직에서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한(恨)이라도 풀듯, 골프장을 마음껏 다녔다. 골프를 배운 지 3년간 시즌 때면 1주일에 서너 번씩 필드를 나갔다. 1년 라운드 횟수가 150라운드 이상이었고 3년쯤 지나니 10년 먼저 친 사람보다 라운드 경험이 더 많았다. 첫 라운드는 2005년 5월 경기 수원골프장에서 아내(김미라·56)와 함께 레슨프로를 대동하고였다. 그의 아내는 그보다 5년 먼저 골프를 시작해 남편보다 더 잘 쳤다.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평소 몸을 잘 관리해온 덕에 유연성이 뛰어나 지금도 드라이버 샷 거리가 230m에 달한다. 7년 전 처음 80타를 친 이래 매년 한두 차례 80타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정한 ‘싱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스코어와 인맥관리는 반비례한다”면서 “주로 ‘사람 사귀기에 좋은 스코어’인 80타 중반∼90타 중반을 기록하는 보기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라운드 때마다 2∼3개 정도 OB(Out of bounds)를 내지만 샷을 정교하게 고치기 위해 연습장을 다닐 의향은 아직 없다고 한다. 스코어 내기 위해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동반자와 즐기는 수단으로 골프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홀인원 행운을 안은 그는 홀인원을 하면 5년 동안 좋은 일만 생긴다고 믿는다. 골프채 잡은 지 3년도 채 안 되던 2007년 9월 20일 경기 용인의 코리아골프장에서 열린 카네기 최고경영자 과정 골프모임때였다. 당시 크리크코스 6번홀(파3·145m)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빗맞아 그린에 오르더니 홀까지 굴러굴러 들어간 것.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28일 강원 원주 문막의 센추리21골프장 파인코스 6번홀(파3·178m)에서 4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다. 고교(순천고) 동문모임이었고 당시 동문회 회장이던 그는 이 홀인원으로 라운드 경비를 자신이 모두 썼다. 첫 홀인원 후 볼 마커를 지인들에게 돌렸는데 두 번째 홀인원 때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와인 3000병을 만들어 나눠줬을 정도다.

최근 한 방송국에서 ‘대한민국 인맥의 왕’으로 20분 동안 그를 소개한 적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과 인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여러 철칙이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70대 30 법칙’. 30년을 함께한 아내가 어느날 그에게 “당신은 남을 위해 70%를 살고, 자신을 위하는 일은 30%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한 말을 곰곰이 새겼다. 9남매 중 다섯째였던 그는 아내말에 공감한다. 늘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것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과 교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다음은 ‘51 대 49 법칙’이다. 상대에게 공(功)을 돌리자는 취지로 남과 공을 나눌 때 상대에게 51을 주고 자신이 49를 갖는다는 것. 대부분 자신이 51을 갖기 위해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지만 길게 보면 크게 도움이 안 되더라는 것. 또 자신은 한 번 말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두 번 듣고, 세 번 상대방 말에 맞장구 치는 이른바 ‘123법칙’도 상대에게 호감을 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메모광이다. 골프를 친 뒤 ‘라운드 일지’도 적는다. 일지만 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몇타를 쳤는지, 그리고 동반자의 매너점수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퇴직 후 11년 동안 재미난 얘기들을 모아 ‘유머경영’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5000명이 입력돼 있고, 카카오톡 친구만 2300명이 넘는다. 낮에는 사람 만나고 일을 한 뒤, 사무실에서 낮에 온 문자에 일일이 답을 해주다보면 새벽 2시쯤 귀가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골프 세 가지를 ‘내기 없는 골프, 셋이서 하는 골프 그리고 배우자와의 골프’라고 꼽았다. 아내와의 라운드는 운전연습을 가르치는 것처럼 상대를 간섭하려는 마음 때문에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란다. 그는 지금까지 넓게 살아왔다면 앞으로 깊게 멀리보면서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재물이 많은 사람이 부자였지만 요즘에는 인맥, 인간관계, 영향력 등이 ‘부자의 척도’가 됐다”면서 이런 이유로 자신이 ‘최고 부자’라며 활짝 웃었다.

글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사진 =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박희영의 골프 프로필

▲약력

G20 청소년미래포럼(외교부 산하법인) 총재

㈜배보회장

서울대 지식정보최고위운영이사장

조선일보 문화예술포럼원장

한양대 문화예술 CEO부원장

한국생산성본부 CEO자문위원장

㈔한국경제인골프협회 회장

▲골프 구력 = 8년(2005년 입문)

▲비거리 = 230m

▲골프 기록 = 홀인원 2회, 이글 3회, 베스트 스코어 80타(매년 한두 차례 기록은 하지만 70대 스코어는 아직 없음)

▲골프란 =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4명이 함께 즐기는 운동이며, 5시간 이상을 같이하며, 코스도 걷고, 목욕도 하고, 식사와 음주도 함께할 수 있는 ‘원스톱 사교’의 결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