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관광 코리아를 위한 창조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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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서울대 경영대 교수·경영학

우리에게 서울 명동과 동대문시장은 너무나도 비슷한 곳이다. 하지만 명동과 동대문에는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이 숨어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증가하면서, 명동과 동대문시장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으로 경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사이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두 시장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불과 재작년만 하더라도 엔고 현상을 등에 업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명동에서 무차별적 쇼핑을 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광업계에서는 명동이 무너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반면, 중국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동대문 쇼핑몰에는 입구에서부터 수십 명씩 줄을 서서 쇼핑을 기다리는 중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중국과 일본이 마치 환상적인 상호 보완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 중국 관광객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 일본 관광객으로 버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천수답(天水畓) 전략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수많은 일본 및 중국 관광객이 다녀갔지만, 과거 대비 한국 관광산업의 본원적 경쟁력 및 구조적 건전성은 혁신적으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관광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관광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 환율 문제와 같은 외부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한국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일회성 이벤트 성격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에 의존할 게 아니라, 한번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라면 한국의 콘텐츠 매력 때문에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본원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동과 동대문이 서로 경쟁할 게 아니라, 창조적 사고를 기반으로 적극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명동과 동대문뿐만 아니라, 쇼핑·숙박·먹거리·볼거리·교통·교육 및 의료 서비스와 같은 관광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주체들이 총체적으로 협력해 아주 강력한 관광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처럼 중국 관광객이 증가한다면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 및 야간 시간에 최단기로 ‘중국어 판매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명동에서 구매한 고객들이 동대문을 방문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추가로 할인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공연 및 박물관 같은 볼거리 역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공공 및 민간 차원의 노력들이 절실하다.

다음으로는 한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이 서로 다른 시즌에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위한 홍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한번도 한국을 방문해 보지 않은 사람보다는 한번 방문했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세제 혜택들을 글로벌 경쟁력 있게 디자인해야 한다. 관광지로서의 한국은 일본·중국과 경쟁하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뉴욕·파리와 비교하면 한국은 너무도 다르다. 뉴욕과 파리는 쇼핑, 공연, 먹거리, 문화적 유적지, 교통, 교육 인프라와 매우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뉴욕과 파리 같은 도시들이 환율이나 경제 여건의 변화에도 전혀 상관없이 계속 최고의 관광지로 버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