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100엔 공포’ 눈앞… 유럽, ‘對日 경고’ 공동성명 추진

오는 15∼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가 환율전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저’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과 관련,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환율 관련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고 G20 공동성명에서도 환율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묵인하에 당분간 엔저현상은 지속돼 달러당 100엔 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를 앞두고 G7 국가들이 통화 마찰을 진정시키기 위한 별도 성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G7 관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G7이 G20 회동에 앞서 ‘목표 환율’이 전 세계를 통화 전쟁으로 치닫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 초안에는 통상적으로 포함돼 온 ‘시장 환율 지지’에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어떤 재정과 통화 정책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새 문구 추가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가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일본과 통화를 조기에 회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강한 문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450여 개 대형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도 G7과 G20이 환율 마찰 진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압박했다. 팀 애덤스 IIF 이사는 “G20이 정책 공조를 통해 환율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시장에서 확실하게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일본이 공격적인 엔저 기조를 유지하면서 엔저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외환당국과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엔저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달러당 100엔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 등 2월 들어 환율 전망치를 내놓은 14개 외국 IB들의 평균 엔·달러 환율 전망치는 1분기 91.50엔에서 2분기 91.93엔, 3분기 92.57엔, 4분기 93.14엔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는 2분기 102엔을 전망했고, 맥쿼리도 2분기 100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말까지 엔화 환율이 100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 외국 IB도 60곳 중 11곳(18.3%)에 달했다.

‘100엔 시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국내 산업계가 달러당 100엔 선을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는 데다 엔저에 따른 환율 변동폭도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하기 때문이다.

박세영·임대환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