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법조, 문턱을 낮추자>판결문 한문장이 단어만 387개 원고지 2.4장 분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규정하고 있는 바, ∼보아야 하므로, ∼승계하며, ∼인수하고, ∼면하게 된다.’

지난 1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추심금 관련 선고 판결문이다. 가뜩이나 단어도 어려운데 문장 5개가 연결어미와 쉼표로 이어져 있다. 한 문장에 들어간 단어만 387개로 원고지 2.4장 분량이다. 통상 한 문장 내 글자수가 100자를 넘으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고 알려져 있다.

숨넘어갈 듯한 만연체뿐 아니다.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표현 등 일반인들이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판결문에는 수두룩하다.

‘뒷바퀴에 머리를 역과당하여’ ‘표현 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소멸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등이 그 예다.

예전에 비해 판결문 ‘해독’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는 “판결문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해석해 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그들만의 언어’ ‘외계어’ 같은 판결문은 법원의 문턱을 높이고 불신을 키우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법원도서관 등에서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쓰도록 권하기 위한 ‘판결 사례집’ 등을 펴내기도 했지만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13일 “아직까지는 판사들이 해오던 방식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사실과 쟁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현행 민사소송법상 판결문 기재사항에 ‘사실과 쟁점’이 판결서 필수기재사항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재판 당사자가 왜 사건에서 이기고 졌는지에 대해 명백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동 기자 trigg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