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직원 절반이 장애인…“성한 사람보다 일에서 얻는 기쁨 두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휴먼스 위드플러스 클리닝센터에서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들이 세탁물을 정리하고 있다. 포항 =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일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이다.’(독일 철학자 니체)

사람이 일을 통해 얼마나 행복해지고, 삶에 보람을 느끼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15일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에 위치한 포스코휴먼스 위드플러스 부문의 클리닝센터. 포항제철소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작업복과 연수원인 미래창조아카데미 등에서 밀려드는 침구류 등을 세탁하고 정리하느라 작업현장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밀려드는 일감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직원들의 얼굴에선 활력이 넘쳐났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86명 가운데 52명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포스코휴먼스는 지난 2007년 12월 설립된 국내 1호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포스위드’와 포스코의 사회적기업 1호인 ‘포스코에코하우징’이 지난 1월 합병해 새롭게 출발한 포스코의 사회적기업이다.

사업 분야는 포항·광양제철소와 패밀리(계열)사의 세탁 업무와 사무지원 업무, 정보통신(IT) 및 통신 교환 업무를 하는 ‘위드플러스’ 부문과 스틸하우스 제작 및 시공 사업을 하는 ‘스틸하우스사업’ 등 두 가지다.

클리닝센터는 위드플러스 사업장으로 하루에 5000여 벌의 작업복과 수건 3만5000여 장, 침구류 2000여 장 등 총 4만8000여 개의 세탁물을 처리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탁을 하고 배송까지 하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된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오히려 “땀에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말하는 것이 불편한 이학송(33) 씨는 또박또박 한마디씩 “아마…집에, 있었으면…세상만…한탄, 했겠죠…”라며 “몸이…성한, 사람들은 일…할 수…있는 것이, 얼마나…소중…한…지 모를걸요”라고 말했다. 이 씨가 힘겹게 말을 이어 가자, 옆에서 세탁물을 정리하던 시각장애인 김영훈(35) 씨가 다가와 이 씨의 말을 전달해 주었다. 이곳에선 서로가 입이 되고, 눈이 돼 준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사원서를 번번이 퇴짜맞았다는 한 직원(34)은 “다른 사람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일하는 것이 비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이곳에서 일하고부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플러스 부문 전체 직원 335명 중 장애인은 52%인 175명. 이들은 장애 유형과 상태에 맞게 세탁일과 전화안내, 사무지원 업무 등을 한다. 위드플러스는 지난해 149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영업이익도 남겼다. 다문화 가정 등 취업취약계층이 일하는 또 다른 사업 분야인 스틸하우스 부문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포스코휴먼스가 든든한 일자리를 보장하자 사내 결혼을 한 커플도 나왔다. 전화안내를 하는 입사 5년차 한 직원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휴먼스가 사회적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모기업인 포스코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생 사회적기업이 3년간 정부지원을 받은 뒤 지원이 끊기면 자생력을 잃고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포스코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이다.

이광호 위드플러스 부문 대표이사(부사장)는 “장애인이 하는 사회적사업은 무언가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사회적기업이 일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기란 매우 어렵다”며 “국가나 대기업 등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조기에 자립기반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휴먼스는 모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을 1대1로 연결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전문 직업평가사를 통해 직업평가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장애 직원들의 직업적 인성과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한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영역을 e비즈니스 쪽으로 확장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위드플러스 부문은 장애 직원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2010년 세탁업 최초로 안전보건경영체제(KOSHA18001) 인증을 획득했고, 2011년에는 서비스 품질경영을 평가받아 품질경영시스템(ISO9001)을 따냈다.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위드플러스 부문 전 임직원들은 한가족봉사단을 창단해 월 1회 사업소가 있는 서울과 포항, 광양에서 중증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2월 현재 사회공헌기금인 ‘매칭그랜트기금’ 1억2000만 원을 조성해 불우 장애인 가정과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위드플러스 부문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나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매년 평균 2300여 명씩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곳도 26개에 달한다.

그러나 장애인 편견을 깨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다. 이 부사장은 “사회적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돼 있지만 권장사항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차별과 편견이 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 =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