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미래다>자금·세금·규제 ‘3대 족쇄’ 풀어야 中企가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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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자금과 인력을 지원해 주세요.”,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과도한 규제 철폐가 시급합니다. 법인세도 좀 낮춰주세요.”

지난 2011년 대구에서 창업한 강지훈 강앤박메디컬 대표는 기술개발자금과 인력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울산대 재료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2005년 1차례 창업을 했다가 2년 만에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다. 심기일전해 새롭게 고기능성 척추치료기기 제조업에 뛰어든 그는 창업 1년 만에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도 4명 채용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그는 “창업초기 기업들은 특히 인력과 기술에 있어 모두 불안정한 상태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하지만 지금 제도나 시스템에서 지원받기가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에서 전자 기계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윤석 하이런테크 대표는 중소기업들에 지나치게 높은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춰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느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맥과 조직이 부실하다는 것”이라며 “사업 자체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에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금융기관들은 거래조건을 덜 까다롭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부자재 제조업체인 진우케미칼의 정진경 대표는 현행 법인세가 지나치게 높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대통령’시대를 맞아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접수받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이처럼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일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선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거래관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대상 기업 100개 중 수출 중소기업은 64개였는데 이 가운데 93%인 60개 사가 최근 급격한 환율변동에도 불구, ‘환 위험관리를 위한 특별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수출 중소기업의 환위험 대비가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기관들이 환율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며 가입을 권유했던 키코(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이 금융기관을 활용한 환헤지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대표는 “키코 때문에 애써 일군 기업을 날린 뼈아픈 경험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자 중소기업들이 활용을 꺼린다”면서 “계약기간을 조정하거나 현물환 매입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차라리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실천 차원에서 대기업 대상으로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응답이 ‘다소 찬성한다’(42%)와 ‘적극 찬성한다’를 합해 84%로 압도적이었다. 대기업 규제 강화가 중소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도 64%로 높았다.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여서 대기업 경영이 위축될 경우 동반 침체가 우려되고 있지만,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27%,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답변은 9%에 그쳤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등 대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관심도가 예전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었다.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61%가 ‘동반성장에 대한 대기업의 관심도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다소 높아졌다는 답은 32%에 그쳤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