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향한 청춘들의 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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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 즉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날카로운 일격. 특히 ‘68세대’(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시위와 청년문화를 이끌어갔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 세대)에 대해 후세대가 보내는 적나라한 야유. 지난 3월 2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러브 러브 러브’를 한 마디로 이렇게 규정할 수 있다.

실제로 부부인 배우 이선균과 전혜진이 극 중에서도 부부로 출연, 화제가 되고 있는 ‘러브 러브 러브’는 오히려 출연배우의 유명세에 눌려 작품의 주제의식과 깔끔한 구성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의 젊은 극작가 마이크 바틀릿(33)의 2010년 작품인 ‘러브 러브 러브’는 단순히 유럽의 68세대가 살아온 세월을 묘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 이후 세대인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한국 사회에서도 젊은 세대, 소위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윗세대에 대해 무척 많은 불만을 갖고 있지 않은가.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 따먹었다’는 불평 말이다.

연극은 68세대가 살아온 과정을 40여 년에 걸쳐 보여준다. 1967년, 산드라(전혜진 분)와 케네스(이선균 분)는 19세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씻지 않은 컵들이 즐비한 방 안에서 케네스는 전세계 최초 동시 생중계 방송을 통해 비틀스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를 듣고 있다. 역사적인 이날, 케네스의 형 헨리(김훈만 분)의 여자 친구로 집을 방문한 산드라는 첫눈에 케네스와 통한다는 걸 알아차린다. 당연히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1990년, 산드라와 케네스의 나이 42세. 자유를 꿈꾸던 두 사람은 편안한 주택에서 16세 딸 로지(노수산나 분)와 14세 아들 제이미(노기용 분)와 함께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는 딸 로지가 연주회를 하던 날, 산드라와 케네스는 자신들이 진정 원하던 삶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라며 크게 다툰다. 급기야 산드라는 케네스에게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2011년, 산드라와 케네스는 63세다. 은퇴한 케네스는 넉넉한 연금을 받으며 노년 생활을 즐기고 있다. 30대 후반이 된 딸 로지가 어느날 가족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다. 은퇴한 삶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 케네스와 여전히 자기 삶을 즐기고 있는 산드라를 향해 로지는 불평을 털어놓는다. “자기네들만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사다리를 부숴버렸다”며 자신의 삶이 지리멸렬한 것은 모두 엄마, 아빠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운다.

로지로 대표되는 영국의 젊은 세대들은 대처와 블레어에 투표한 부모 세대를 비난한다. 그들이 연금혜택을 누리며 화려하게 은퇴했을 때 유럽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고, 부모들이 나라를 파산시켰다고 여긴다. 로지는 이렇게 항의한다. “내 친구들 다 그래. 우리 나이 때 우리 부모보다 엄청 가난해. 부모들은 빈 방도 많은 저택에서 돈을 깔고 사는데. 정말 욕 나와.”

그렇다면 부모 세대의 항변은 없을 것인가. 당연히 있다. 산드라는 “우리도 열심히 일했어. 40년 동안 우리 둘 다. 날마다”라며 68세대 역시 어려움을 뚫고 노력했음을 강조한다. 산드라는 심지어 “요즘 애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으면서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기를 원한다”고 젊은 세대를 공격한다. 이 대목에서 연극은, 결코 봉합될 수 없는 세대간의 균열을 드러낸다. 마치 요즘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상우 연출은 “30대 초반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삶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준다”며 “공연을 다 보고 나면 마치 연극이 관객들에게 ‘사랑해’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644-2003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