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효과요? 나는 그냥 쓰는데 다들 엄청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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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나인’ 송재정 작가

드라마에 ‘호평’은 꽤 있어도, ‘극찬’은 드문 법인데, 케이블 채널 tvN의 월화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극찬 일색이다. 이 드라마 게시판에는 “이런 수준 높은 드라마를 한국 작가가 쓸 수 있다니….” “소문 듣고 ‘본방 사수’했는데, 소름 돋을 만큼 재미있네요.” 등 흥분의 댓글이 적지 않다.

드라마는 타임슬립(시간 여행)을 소재로, 주인공인 젊은 앵커 박선우(이진욱)가 9개의 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뒤틀고 바꾸면서 현실을 재각색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고 다시 반전을 거듭한다. 모두 20회 분량 중 이미 12회차가 끝났는 데도, 극에 대한 긴장감이나 호기심은 전혀 줄지 않았다. 매회 손에 땀을 쥐고 보게 하는 이 드라마의 힘을 따라가면, 지상파 드라마들이 ‘왜 반성문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제시하는 듯하다.

요즘 유행처럼 번진 리메이크작도 아니고, 분량의 절반이 지나가면 힘이 저절로 떨어지는 한계도 보이지 않는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견인하는 주인공은 송재정(여·40·사진) 작가다. 유쾌·상쾌·통쾌한 이미지를 얼굴에 가득 담은 그를 1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미드(미국 드라마)’처럼 속도감이 엄청나다고 하자, 그는 “워낙 짧고 빠른 것에 익숙한 내 스타일 때문”이라고 웃었다. “개인적으로 긴 드라마를 잘 못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드라마를 쓸 땐, 팬의 입장에서 제가 보고 싶은 만큼의 분량을 쓰려고 해요. ‘이 정도면 딴 데 눈 안 돌리고 보고 싶겠구나’ 할 정도? 또 제가 느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빨리빨리 뒤집어지는 과정의 미학을 좇죠. 조연들이 다 나와서 코미디하고 이런 스타일을 피하는 편이에요.”

인터뷰를 할 때, 그의 말은 드라마 전개처럼 짧고 빨랐다. 그 이유를 그는 전작들에서 찾았다. “제가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 작가 생활을 오래 했어요. 이런 작품들 회의할 땐 정말 피 터지게 싸워야 돼요. 제 대본이 먹히려면 말도 빨라야 하고, 목소리도 커야 하죠.”

‘콩트’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그가 드라마로 전향한 건 2010년. ‘커피 하우스’라는 로맨스 코미디물이 시작이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장르를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에 호기심을 보인 건 상투성을 싫어하는 그의 기질 때문.

“시트콤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장르이고, 드라마는 큰 서사를 줄기로 이야기를 늘리는 장르라, 드라마에서 여러 사건을 투입하는 일은 사실 생각보다 쉬웠어요. 복잡한 사건이 얽혀 있는 ‘나인’의 전개는 사실 시트콤 때 배운 학습 효과 때문이에요.”

‘나인’의 핵심 재미는 충격과 반전의 서스펜스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는 “그 효과는 내 의도가 아니다”면서 “그냥 내가 쓰면 (나는 별로인데) 다들 엄청 놀란다”고 했다.

“제가 과학적인 이론에 되게 무지해요. 극에서 연출되는 상황은 모두 제가 마음대로 만들어놓은 이론일 뿐이죠. 다만 어릴 때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습득했는데, 보다 보면 어떻게 전개될지 미리 꿰뚫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어떻게 변주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대본은 이미 19회까지 완성됐다. 어릴 때부터 ‘웃긴 것’보다 ‘진지한 것’에 익숙했던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한결 다가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랑(流浪) 기질을 빼놓지 않았다. “‘나인’을 하고 나니, 다시 소박한 얘기들이 그리워져요. 또 다른 모험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요. 호호.”

글 =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