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민주화도 憲法정신에 충실해야

  • 문화일보
  • 입력 2013-04-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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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최근 북한의 핵(核)도발에 대처하는 박근혜정부의 태도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 초의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태도는 국민이 북한의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과 연결돼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보 문제에 못지않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인별 연봉 공개라든지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의 입증 책임을 수사기관이 아닌 기업에 부과 등 경제민주화 관련 일련의 법안들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학교수들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포퓰리즘적 경제민주화 입법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입법 만능주의가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무리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아직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중소기업의 육성, 기업과 근로자의 상생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초점을 잘못 잡게 될 경우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업의 자구노력을 좌절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문제는 경제정책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수단의 균형,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가치들의 조화에 있다. 특히,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그 원칙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매우 신중하게 구체화돼야 한다. 경제의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이념인 자유와 평등이 경제질서 속에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학자와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은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적절한 균형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경제질서의 근간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제2항에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등을 비롯해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해석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기업의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경제민주화를 기업의 공적 책무를 인정하는 근거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기업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도 아니고, 기업의 공적 책무를 위해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통제경제도 아니다.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로서, 기업의 자유와 공적 책무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방식은 경제활동의 원칙적 자율성과 국가의 보충적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또 다른 정·경 유착을 낳게 될 우려가 적지 않으며,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활로를 스스로 옥죄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가 경제정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통한 성장의 비전과 확신, 성장을 위한 기업과 근로자의 의욕 내지 동기의 강화,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효율적으로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의 역할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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