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구속 20km 차 팜볼 ‘마구’… 투수 ‘구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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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부터 맹활약하면서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다.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제3의 구종 슬라이더가 신종 필살기로 떠올랐다” 등등 류현진이 구사하는 구종들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것. 이를 계기로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투수의 구종은 크게 직구 계열과 체인지업 계열, 변화구(브레이킹 볼·breaking ball) 계열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구종이라고 해도 투수마다 공 잡는 법에 따라 구질(투구폼, 공의 회전 수 등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은 더욱 다를 수밖에 없어 완벽한 범주화는 불가능하다.

◆ 직구(패스트볼) 계열 = 직구는 투수들의 가장 기본적인 구종이지만 최강의 무기이기도 하다. 공이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날아가지 않아 엄밀히 말해 직구는 잘못된 표현이지만 여전히 속구(패스트볼)보다 직구란 용어가 통용된다. 특히 속도가 빠르고 회전 수가 많아 구위가 뛰어난 직구, 움직임이 좋거나 제구가 잘된 직구는 타자들에게 어중간한 변화구보다 더 까다롭다. 직구 계열의 공도 쥐는 방법과 공의 궤적에 따라 포심(4-seam) 패스트볼, 투심(2-seam)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싱커), 컷 패스트볼(커터),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 등으로 세분된다.

실밥 4개를 손가락에 걸쳐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은 가장 공의 변화가 적어 직구란 표현에 가까운 공으로 구속에 초점이 맞춰진다. 흔히 ‘불같은 강속구’란 표현을 쓰는데, 미국에서도 이를 히터(heater)라고도 부른다. 다승 역대 2위 월터 존슨(417승) 등 1900년대 초반 선수들을 제외하면 현대 야구에서 강속구 투수의 상징은 역대 탈삼진 1위(5714개)의 놀란 라이언과 역대 2위이자 좌완 1위(4875개)인 랜디 존슨이었다. 현역 중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신시내티 레즈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 등이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진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오승환의 ‘돌직구’가 현역 최고의 포심 패스트볼로 꼽힌다. 실밥 2개를 걸치고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보다 3∼5㎞ 느리지만 공의 움직임이 크고 우완투수가 던졌을 때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간다. 그레그 매덕스는 변화구처럼 심한 움직임에 완벽한 제구력이 동반된 투심 패스트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싱커는 투심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모양으로 잡고 던지는 구종으로 홈플레이트 앞에서 가라앉아 땅볼 유도를 할 때 쓰이는데 케빈 브라운이 150㎞ 중반대의 ‘하드 싱커’로 유명했다. 국내에서는 KIA의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가 150㎞대 싱커를 구사한다.

커터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공으로 우완투수가 던졌을 때 포심 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 마지막에 슬라이더처럼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는데 휘는 궤적은 작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 차가 적어 타자들이 정타를 때리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통산 세이브 1위(617개)인 뉴욕 양키스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가 유명하다. 스플리터는 검지와 중지를 벌려 사이에 공을 끼우고 던지는 구종으로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뚝 떨어져 헛스윙이나 땅볼을 유도하기 좋고 공을 손가락 사이에 좀 더 깊이 끼워서 던지는 포크볼은 스플리터보다 낙차는 크고 구속은 줄어든 공이다.

◆ 체인지업 계열 = 메이저리그 역대 다승 5위(363승)이자 명예의전당 회원인 워런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흐트리는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스판이 말한 타격의 타이밍을 흐트리는 데 가장 좋은 구종이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로도 불리는 체인지업이다. 강속구에 눈이 익은 타자를 상대로 느린 공을 던짐으로써 타자의 얼을 빼놓는다. 체인지업은 보통 포심 패스트볼과 15㎞ 이상의 속도 차를 보일 때 좋은 체인지업으로 평가된다. 포심 패스트볼에 비해 타자 앞에서 살짝 가라앉기는 하지만, 공의 움직임보다는 구속 차에 집중하기 때문에 팔의 각도를 포함해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같은 투구폼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던질 때의 모습이 다르다면 타자들은 ‘느린 직구’를 기다렸다가 맘껏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은 다시 스트레이트 체인지업, 서클 체인지업, 팜볼(palmball) 등으로 나뉜다.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은 체인지업 본연의 임무에 가장 충실한 구종. 한때 최정상급 좌완투수로 활약했던 요한 산타나(현 뉴욕 메츠)는 전성기 때 패스트볼과 구분할 수 없는 폼으로 약 20㎞ 구속 차이가 나는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팜볼은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손바닥에 공을 감싸쥐고 던지는데 실밥을 강하게 잡아채 회전을 주기보다 공을 밀어던지는 것에 가깝다. 통산 601세이브(역대 2위)의 트레버 호프먼의 팜볼이 유명하고 국내 프로야구 초기 박철순이 던졌던 ‘마구’도 팜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각광받는 체인지업은 서클 체인지업으로 스트레이트 체인지업과 달리 우완투수가 던졌을 때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이 있다. 우완투수 입장에서 껄끄러운 좌타자를 상대할 때 타석 가장 먼 방향으로 변화하는 공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외계인’으로 군림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패스트볼과 27㎞에 달하는 속도 차에 움직임은 스크루볼 같은 서클 체인지업으로 강타자들을 농락한 바 있다. 좌완투수인 류현진의 주력 구종도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이다.

◆ 브레이킹 볼 계열 = 1860년대부터 널리 사용된 대표적인 변화구인 커브볼은 일반적인 투구 구종 중 가장 낙차가 큰 변화구로 꼽힌다. 위에서 아래로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게 포인트지만 투수가 던진 팔의 반대쪽 방향으로 휘어들어가는 횡적 변화도 있다. 공이 느리지만 타자들이 궤적을 따라잡지 못해 헛스윙을 하게 된다. 오래된 변화구인 만큼 빠르기와 낙차, 던지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커브볼이 존재하는데 공의 속도와 휘는 각도에 따라 파워 커브, 내추럴 커브, 슬로 커브, ‘12-to-6’ 등으로 나뉜다. 일반적 커브보다 변화는 적지만 속도가 빨라 커브와 슬라이더의 중간 격인 ‘슬러브’나 너클볼과 커브의 중간 형태인 ‘너클 커브’도 커브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커브의 달인으로는 ‘황금의 왼팔’ 샌디 쿠팩스와 ‘미스터 커브’ 데릴 카일 등이 꼽히며, 현역 메이저리거 중엔 전성기의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폭포수 커브’로 유명했다. 국내에선 최동원, 현역 중에는 KIA의 김진우 등이 좋은 커브를 던진다.

루 피넬라 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이 “야구라는 게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구종”이라 평한 슬라이더는 패스트볼과 비슷하게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던진 손의 반대 방향으로 날카롭게 휘는 공이다. 타석 근처에서 급속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아 우투수는 우타자,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휘는 궤적에 따라 6∼7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종(vertical) 슬라이더와 8∼9시 방향으로 휘는 횡(horizontal) 슬라이더로 나누기도 한다. 넥센 히어로즈의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시절 던졌던 슬라이더는 원반던지기를 할 때처럼 크게 움직인다고 해서 ‘프리스비(frisbee)’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명품 슬라이더를 던진 투수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329승의 스티브 칼튼과 랜디 존슨(303승), 213승 154세이브를 달성한 존 스몰츠 등이 있고 국내 야구에선 선동열 KIA 감독이 대표적이었다. 현역 중에서는 KIA 윤석민과 SK 김광현 등이 손에 꼽힌다.

너클볼은 공에 회전을 주지 않고 던지는 구종이다. 공이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 던지는 투수조차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다른 공과 투구방식이 많이 달라 너클볼 이외의 변화구를 거의 못 던지는 단점이 있지만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아 장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성훈·박준우 기자 tarant@munhwa.com